웬디북 리뷰
돈을 벌기도 힘들지만 돈이 있어도 무엇 하나 제대로 사먹을 수 없던 대공황 시대, 매일 수 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며 쓰러져 가던 처참한 시대는 사회의 피지배층인 흑인이며 돈도 벌 수 없는 열 살 난 꼬마 Caldwell에게는 가혹하기만 하다. 그러나 소년은 언제나 이렇게 외친다. “It's Bud, not Buddy." 남을 쉽게 부르는 호칭(Buddy) 정도가 아니라 앞날이 창창한 희망의 꽃망울(Bud)이라는 엄마의 가르침을 늘 명심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던 중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고 Bud Caldwell은 엄마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재즈밴드포스터 속의 남자를 찾아 나선다. 그가 바로 아빠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서이다. 그러나 그 길은 이를 데 없이 너무나 험난해서…….
《Bud, Not Buddy》는 열 살 난 흑인소년이 미국 대공황기의 처참한 사회에 맨 몸으로 맞서나가는 여정을 그린 내용입니다. 어린 아이가 모진 경쟁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에서 일단 가슴이 저미어 오는데 그럭저럭 감정을 꾹꾹 눌러가던 중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뜨겁게 터져 버립니다. 곁에 있다면 정말 소중하게 꼭 안아주고 싶을 만큼 말이죠.
요즘 대한민국 사회는 법적인 성년이 아닐 경우 거의 금치산자 수준으로 어린애 취급을 합니다. 경제적 풍요와 더불어 사회 전체가 과보호 체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고아는 물론 10대 가장이 널리고 널렸던 나라였습니다. 정말 아이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Bud, Not Buddy》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어린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도 그렇게 마냥 철없진 않았던 것 같네요.
《Bud, Not Buddy》를 읽는 동안 문장이 다소 거칠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나, 내용이 좋아서 그런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Bud, Not Buddy》의 한글 제목이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인데, 책과 다소 상관없는 이야기로 ‘버디(Birdy)’라는 영화도 있고 ‘버드(Bird)’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버디는 그 유명한 Alan Parker가 감독이며, 버드는 배우 겸 감독인 Clint Eastwood의 작품이죠.
그 중에서 'Bird'는 출중했던 연주실력 덕에 Bird라는 별명을 가진 재즈 트럼펫의 황제 Charlie Parker의 생애를 그린 작품으로, Clint Eastwood는 그 이전에도 유명한 작품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Bird' 이후에야 비로소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습니다. 그만큼 매혹적인데요, 《Bud, Not Buddy》의 주인공이 찾아다니는 재즈연주자를 생각하니 묘하게 겹쳐서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 어른들이 봐야할 영화입니다.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