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1793년 당시 미국연방정부가 있던 필라델피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창궐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매일 백여 명 이상이 사망했고 필라델피아의 인구는 단 석 달 만에 10%나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인근 교회에서 종소리가 들리면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함께 전해 들어야 했고, 죽음의 공포를 피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초대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마저 마운트 버넌으로 피신을 해야 할 정도였죠.
하지만 오히려 이런 죽음의 공간에 억지로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황열병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전염병에 맞서 병을 극복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간 의사를 비롯한 의료계 사람들입니다. Jim Murphy의 《An American Plague: The True and Terrifying Story of the Yellow Fever Epidemic of 1793》은 치열했던 당시의 의료현장을 기록한 책입니다.
당시의 의료실태는 불확실한 모든 가설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대와 비교하면 초기 중에서도 초기나 다름없는 시기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독립선언서에 서명할 정도로 저명한 의사인 Benjamin Rush는 고열을 수반하는 질병은 출혈로 치료해야 한다는 의학이론에 따라 그가 맡은 수천 명의 황열병 환자에 대해 출혈치료를 감행합니다. 그러나 치료효과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았으며, 이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병이 너무 심각해서 출혈치료로는 호전되지 않을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변명을 합니다. 이와 같은 당시의 의술에 관한 내용을 세밀하게 보여주며, 더불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처참했던 필라델피아 주민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게 현실이라고 하죠. Jim Murphy의 《An American Plague》가 바로 그러한데요, 냉혹한 현실에 눈물을 흘리고 질병에 맞서는 인간의 강인한 모습에서 박수를 치게 되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