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일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터키는 아르메니아의 모든 남자를 징집했다. 어린 소녀 Veron Dumehjian의 삼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5세 이상 50세 이하의 모든 남자가 터키군으로 징집하기 시작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터키는 아르메니아 사람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50명에서 100명의 소단위로 나눠 전쟁 피해를 입은 다리와 도로를 복구하는 현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두 학살당했다. 남아있던 Veron 가족들도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경제를 영위할 남자들이 없기에 생활은 더욱 곤궁하고 피폐해져 갔고, 종래는 터키정부에 의해 남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사막으로 내쫓기었다. 그곳에서 모두 굶어 죽었다.
흔히 Genocide라고 하면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보다 20년 전에 더욱 엄청난 대학살이 있었죠. 바로 아르메니아 대학살입니다. David Kherdian의 《The Road from Home: The Story of Armenian Girl》은 바로 이 끔찍했던 실화를 다루는 소설입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어서 선뜻 손대기가 두려울 수도 있는데요,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재미와 작품성은 대단합니다. 무엇보다 David Kherdian의 매혹적인 필력이 돋보인다고 하겠는데요, 주인공 소녀의 가슴 아픈 현실을 따라가면서 대학살의 참혹함을 직시하게 됩니다. 정말 좋은 역사소설은 교훈을 강조하기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세를 취하는 건데요, 그런 의미에서 《The Road from Home: The Story of Armenian Girl》은 굉장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 참고 + 당시 아르메니아에는 300만 명이 살고 있었으나 터키의 대학살로 인해서 무려 200만 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인구의 3분의 2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주인공 소녀가 그랬던 것처럼 사막으로 쫓겨난 사람은 35만 명에 달했으며, 그 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불과 35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터키는 당시의 사건에 대해 일말의 언급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에도 영향을 미쳐, 히틀러는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지금 누가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기억하고 있는가?”라며 유태인 대학살을 정당화하기도 했을 정도죠.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공론화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알제리 전쟁을 일으켜 죽인 숫자만 200만 명에 달하듯, 공론화를 할 수 있는 강대국 모두 마찬가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처참한 사건이 생기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자국 내의 학살과 쿠르드인 학살 등 얽히고설킨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도 분명하게 밝히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겠죠.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