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대륙을 뒤흔들었던 십자군 전쟁도 막바지에 이른 13세기, 영국 시골의 가난한 기사가문의 딸 Catherine은 오빠의 조언을 듣고 열네 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에는 가난한 영지사정을 면하고자 어떻게든 지위나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로 자신을 시집보내려는 탐욕스러운 아버지, 십자군 원정을 참전한 후 전쟁에 환멸을 느끼는 삼촌, 언제나 순종적이면서도 모든 살림을 떠맡아 힘겨워하는 엄마, 그리고 출세를 이유로 집을 나간 오빠와 영지 마을의 사람들 이야기까지 모두 기록한다.
여타의 귀족가문의 소녀와 달리 자존심 강하고 하고자 하는 일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뜻대로 되지만 않는다. 그녀는 못된 구혼자와 억지로 결혼해 구속되는 것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치기를 소망한다.
여성은 가문의 장식이자 재산일 뿐이던 13세기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소녀의 이야기 《Catherine, Called Birdy》입니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모두 기록한 일기는 중세유럽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환경이 고스란히 눈앞에 재현돼 있습니다. 요즘 같으면 상상조차 못할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소녀의 꿈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전개의 성장소설은 참으로 많죠. 따라서 단지 시대적 배경만 바꾼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중세유럽이라는 배경과 맞물린 역사의식·종교관 등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차별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1996년 뉴베리상 수상으로 이어지게 됐고요. 중세유럽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성장소설 《Catherine, Called Birdy》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