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1968년 노스캐롤라이나주 가을, 마을의 유명 인사가 해변의 습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죽음에 대해 의혹이 번지던 중 늪지에서 살아가는 소녀가 용의자로 떠올랐다. 문명과 동떨어져 숲에서만 살아가는 소녀이기에 마을 사람들은 의심의 눈길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현명한 지혜를 가졌을 뿐이었다. 그렇게 소녀는 일급 살인의 혐의를 받고 재판장에 서게 되는데…….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과학자 Delia Owens가 나이 일흔에 쓴 첫 번째 소설 《Where the Crawdads Sing》입니다.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에게 인권이란 없던 시대, 아니 백인 남성에게만 인권이 있던 시대를 살아가던 소녀의 삶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성장 이야기인데요, 여기에 먹먹한 러브스토리까지 더해진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엄혹한 시대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습지를 유일한 친구 삼아 자라야 했던 소녀는 연인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쌓아갑니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그를 소녀는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소녀는 일급 살인의 혐의로 법정에 서야 했고요.
여러 장르가 한데 혼재되어 다소 복잡할 수 있는 구성임에도 절묘한 황금 분할로 흡인력을 만들어내는데요, 여기에 편견과 차별, 심장을 좀 먹는 고독,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까지 차분하고도 영민하게 담아냈습니다.
영화만 접했던 이들에게는 소설이 또 다른 감상을 안겨줍니다. 가족들이 소녀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심리에 대한 묘사를 포함해서 시간적 제한 때문에 생략해야만 했던 많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제목부터 그렇습니다. 《Where the Crawdads Sing》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으로 번역 출간되었는데요, 영화에서 설명하지 않는 이 제목은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아갈 수 있는 숲속 깊은 곳’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외면받은 소녀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입니다. 때문에 영화를 봤다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