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클레이는 어느 날 익명의 소포를 하나 받는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카세트 테이프이며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가 짝사랑한 해나 베이커이다. 그녀는 바로 2주전에 자살하였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테이프를 듣던 클레이는 경악에 휩싸인다. 테이프 속의 해나는 자신의 죽음에 열세 명의 아이가 연루돼 있으며, 자신이 그 중 한 명이었다는 것. 첫사랑과의 첫 키스, 그러나 계속되는 질문에 치기 어린 마음으로 내뱉은 자랑은 산사태 속의 눈덩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부풀게 되고, 이것이 한 소녀의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최근 배우 송승헌과 가수 손담비가 사귄다는 가십 기사가 떴죠. 그 기사에 대해서 송승헌은 "와우! 한국 제일의 섹시퀸과 염문이라니,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뿐이다."라는 요지의 해명을 한 적이 있고요. 연예인 가십을 보면 이런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알고 보면 별 것 아닌데 눈덩이처럼 부푸는 경우 말이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집단이 연예인이며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Thirteen Reasons Why》는 국내에 ‘루머의 루머의 루머’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는데요, 저자 Jay Asher는 한국어판에서도 국내 연예인들의 자살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악플이니 어쩌니 하는 것들이 죽음으로 몰아넣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겠죠.
굳이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쉽게 겪고 있습니다. 한 취업포탈 사이트가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직장 내의 루머로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는 답변이 전체 70%가 넘었는데요, 사소한 행동이나 오해할 수 있는 가벼운 말 한마디가 문제였을 겁니다. 재미를 위해 무엇이든 부풀리고 마는 루머의 속성은 터무니없는 전파속도에 따라 끝없이 행진하니까요.
《Thirteen Reasons Why》는 루머가 가진 철학적 의미를 분명히 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에 자신도 모르는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저자의 놀라운 필력에 감동하면서 말이죠. 아마도 책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이 이런 느낌이었나봅니다. 출간 즉시 저자 Jay Asher의 홈페이지가 봇물처럼 밀려드는 독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마비됐다는 후문이 있네요.
데뷔작으로 뉴욕타임스 64주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니 《Thirteen Reasons Why》는 역대 데뷔작 중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지 싶어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