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훌륭한 작품은 대체로 영화화됩니다. 원작이 가진 아우라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을 수만 있다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러나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은 제작비 등의 문제로 쉽게 옮길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1930년과 1979년 그리고 2022년까지 세 번이나 제작된 작품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Erich Maria Remarque의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서부전선 이상 없다)》입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벌어진 제1차 세계대전은 탱크와 전투기 등 현대전의 무기가 등장함에도 주먹구구식 전근대의 전략 전술을 펼치면서 1,700만 명의 젊은 생목숨이 스러진 전쟁입니다. 저자 레마르크는 실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인물이고요. 그는 당시의 경험을 살려 르포 형식의 소설로 1929년에 발표하는데요, 참혹했던 전쟁의 실체와 극한 상황에서의 비인간성과 기성세대를 향한 청춘들의 분노와 절망 등을 낱낱이 밝히면서 단박에 세계적인 작가가 됩니다.
저자는 전쟁이 시작된 지 2년 차인 1915년부터 종전되는 1918년까지를 건조한 단문으로 담아놓고 있습니다. 20여 명의 독일 고등학생이 선생의 선동에 의해 전쟁터로 달려가고, 그중 가장 오래 살아남은 한 명의 기록을 통해 처참했던 서부전선 상황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전쟁의 비극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손꼽는데요, 원작을 영화화한 2022년의 세 번째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2023년에 개봉하면서 화제가 되고 재조명받고 있어서 기껍기도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 1,700만 명 중 서부전선에서만 300만 명이 죽었습니다. 그렇게 차지한 것은 몇백 미터의 땅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권력자의 어이없는 욕심의 대가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