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세일즈맨의 죽음》의 유명한 Arthur Miller의 《The Crucible》은 1950년대 미국 문학을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1962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에서 발생한 세일럼 재판을 소재로 하는데요, 세일럼 재판은 그야말로 시대의 광기였던 종교재판이죠.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마을 세일럼에서 야밤에 몇 명의 소녀들이 나체로 춤을 추는 게 발단입니다. 이를 목격한 목사가 그들이 악마에 씌었다고 말하면서 사건화 되고, 곤경에 처한 소녀 중 한 명이 아비게일입니다. 존 프록터의 집에서 일하던 그녀는 처벌받는 게 두려워 프록터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모함합니다.
엘리자베스가 마녀법정에 서게 될 위기에 처하자 프록터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아비게일과 내연관계였다고 변명하면서 관계가 깨지자 아비게일이 분노로 엘리자베스를 모함했다고 증언합니다. 그러나 존 프록터의 하녀가 아비게일의 사주를 받아 거짓증언을 하게 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데요, 자포자기 심정으로 악마를 보았다고 말하면서 프록터가 구속되어 버리죠.
실제 벌어졌던 이 사건으로 무고에 처한 여자와 그녀의 편에 섰던 수녀, 그녀들을 변호하던 남자들까지 모두 처형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지경까지 몰아넣었던 목사들까지 모두 몰락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그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결과가 벌어집니다. 기록에 따르면 5개월 간 185명의 주민이 투옥되고 이 중 25명이 교수형 등으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Crucible이란 단어는 철을 녹이는 용광로인 ‘도가니’라는 뜻과 문학적으로는 ‘혹독한 시련’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진실로 진리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그러나 시대의 광기에 의해 희생당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축약했지만 이 주인공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굉장히 방대합니다.
종교, 법, 권력, 정의, 양심, 위선, 욕심 등 이 중 하나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울 법 하지만 아서 밀러의 놀라운 필력은 소스라치면서도 끝까지 시선을 모아가는 흡인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연극은 더 대단하죠. 토니상 수상작이기도 하니까요.
아서 밀러가 《The Crucible》을 쓴 해는 1952년, 연극이 초연한 해는 1953년입니다. 이때는 미국 전역을 휩쓴 매카시 열풍으로 정치, 사회, 경제 전반이 초토화되었던 시기입니다. 즉, 아서 밀러는 매카시즘이 곧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로 1692년 세일럼 재판을 끌어왔으며 실제로 매카시즘은 현대 가장 어이없는 마녀사냥으로 기록됩니다.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희곡을 쓰게 된 사전 배경을 알고 보면 다가오는 느낌은 더욱 깊어질 겁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