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전쟁은 아무도 모르게 퍼집니다. 마치 질병처럼.
전쟁은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느끼지 않으며, 두려움이 어디 있는지 압니다.
가장 잔인한 형태를 한 전쟁은 우리의 증오, 욕망, 악의를 먹고 삽니다.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의 부드러운 잠을 침범하고, 우리를 병들게 합니다.
전쟁은 고통의 기계이며, 분노의 사악한 공장입니다.
우리에겐 멀고도 낯선 단어가 ‘전쟁’입니다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무언가 현실감이 생겼습니다. 얼마나 무자비하고 참혹함을 만드는지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전쟁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이 나미 콩쿠르 대상작인 《WAR》입니다. 포르투갈의 극작가이자 시인이자 언론인인 호세 호르헤 레트리아 Jose Jorge Letria가 글을 쓰고 그의 아들인 안드레 레트리아 André Letria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책인 만큼 일러스트에 조금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루이스 부르조아의 《거미》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또는 이응노 화백의 《군상》과 유사한 장면 등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이 특히 돋보입니다. 마치 낡은 양피지에 그린 것처럼 채도를 뚝 떨어뜨린 색으로 짙고 어두운 전쟁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네요.
사실, 전쟁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욱 현실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종전 국가가 아니라 휴전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나 평온하게 잘살고 있어서 체감하지 못하는데요, 우리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들은 북핵 리스크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BTS와 한류 덕분에 어느 정도 인식 수준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코리아에 전쟁 위험성을 디폴트값으로 두고 있습니다.
전쟁의 민낯을 고발하는 작품이지만, 전쟁이라는 단어 대신 현대인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라는 말로 대체해도 그다지 큰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우리는 늘 사회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까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