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2차 대전 당시 영국이 왕실 자치령 중의 하나인 채널제도를 포기함에 따라 채널제도의 건지 섬이 독일군의 치하에 들어간다. 영국 영토 중에 독일군이 유일하게 점령한 섬이기에 독일군은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하기 시작하는데, 결국 죽어나는 건 섬의 주민들이다.
암울한 생활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라 엘리자베스와 친구들은 독일군 몰래 돼지파티를 벌인다. 신나게 놀다보니 통행금지시간을 어기게 되고 결국 발각돼 강제수용소로 끌려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부랴부랴 독서 토론을 하다가 늦었다고 변명을 하게 되고 대충 수습이 되는가 했더니, 독서애호가인 독일군 사령관이 다음 독서토론에 참석하겠단다. 졸지에 없던 독서클럽이 뚝딱 생겨나 버렸다.
서간문 형식으로 쓰여진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이 무색하게 유쾌하게 펼쳐나가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유일하게 점령했던 영국 영토를 배경으로 풀어나가는 이 작품은 Mary Ann Shaffer의 데뷔작이자 유작인데요, 수십 년에 걸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66세인 2000년에 처음 쓰기 시작하지만 집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암 판정을 받고 맙니다. 그래서 조카인 Annie Barrows가 정리를 하게 되었고 저자는 두 명으로 늘어나게 되죠.
독서클럽이 나오는 만큼 고전 명작이 두루두루 언급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을 하곤 하는데요, 마을 사람들과 독일군 사령관이 한 자리에 모여 독서클럽 이름인 potato peel pie를 앞에 두고 책에 대한 토론을 하는 기묘한 장면,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조금만 생각해도 긴장과 웃음이 멈추지 않네요.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는 곧 영화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유머와 감동이 넘치는 내용으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작품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