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너무나 충격적인 르포르타주 Rebecca Skloot의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입니다. 생물학 전공자는 당연히, 전공자가 아니라도 의학 소설이나 관련 서적을 조금만 살펴보면 반드시 접하게 되는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HeLa, 그냥 헬라세포라고도 하죠. 이 책의 저자 Rebecca Skloot는 이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서 조사를 시작했다가 엄청난 충격적인 확인하게 됩니다. HeLa 세포의 본래 이름은 Henrietta Lacks의 약어이며 1950년대에 자궁경부암으로 죽은 여인의 이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HeLa 세포는 인류를 구원할 불멸의 세포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소아마비 백신의 개발에 기여했고 에이즈 치료제나 불임부부를 위한 시험관 아기 탄생에도 공헌을 했습니다. 또 인간유전자 지도를 가능하게 했으며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을 밝히게 된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심지어 이 세포는 인류 최초로 우주로 나가던 그 때의 우주선에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당연한 결과였을까요? 자궁경부암을 치료하기 위해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을 찾은 Henrietta Lacks는 4개월 만에 사망하고 맙니다. 그러나 존스홉킨스 대학은 그녀의 난소를 채취해 배양하고 또 배양했으며, 무려 5천만 톤이나 불어난 세포는 지구 전체로 퍼져나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어머니가 영원히 죽지 않고 불멸의 삶을 살면서 기득권층의 부를 축적시키고 있는 동안 정작 가족들은 혈압약 조차 살 수 없을 정도로 곤궁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족 전체의 DNA가 의학계에 낱낱이 공개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난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습니다. 유전자정보를 마음대로 취급하는 의료계의 기막히고 초법적인 행위들.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을 통해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인지에 관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