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보도사진이라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사진이 있습니다. 죽어가는 소녀와 이를 지켜보는 독수리의 모습을 한 컷에 담은 사진, Kevin Carter의 작품입니다. 이 사진으로 그는 퓰리처상을 받습니다만,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습니다. 어떻게 죽어가는 소녀를 그냥 지켜보며 또 그걸 사진으로 담을 수 있냐고요. 이런 비난은 결국 그의 가슴을 헤집었고 끝내 Kevin Carter는 자살을 선택합니다. 좋은 사진을 건지겠다는 일념은 있으나 단지 그것만이 전부였기에, 철학의 부재로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죠.
이와는 반대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CNN 앵커 Anderson Cooper입니다. 2010년 1월 지진으로 세상이 뒤집힌 아이티에서, 약탈에 나선 군중들에게 돌을 맞아 피를 흘리는 소년을 보고 그는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모두 내던지고 달려가 소년을 구했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 연출이 아니라 15년간 전장을 비롯해 참혹한 현장을 누비며 가진, 자신의 철학과 여일한 행동이었던 겁니다.
이렇듯 그의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은 누구나 존경을 받을 법하나 개인의 삶은 참으로 불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의 가정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단순히 생각만 해보면 알 수 있죠. 가족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전장과 재난 현장만을 쫓아다니는데 누가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철도왕 Vanderbilt 가문에서 태어났는데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이러한 그는 왜 포연이 가득한 전장으로 비명이 끊이질 않는 재난현장으로 달려가야만 했을까요? 이런 사정을 스스로 토로한 작품이 바로 《Dispatches from the Edge: A Memoir of War, Disasters, and Survival》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존경받는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사명감을 가지고 세상을 떠돌게 됐는지, 무엇이 그를 괴롭게 했는지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세상을 보고, 또 독자에게는 위안이 되는 작품이 바로 《Dispatches from the Edge: A Memoir of War, Disasters, and Survival》가 아닐까 싶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