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비엔나에서 파리로 가는 유럽횡단열차 안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비포 선라이즈》입니다. 대략 시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해가 뜨기까지 14~15시간 정도인데요,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지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다시 만나기까지 무려 9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에단 호크가 연기하는 꿈 많던 제시는 소설가가 됐고, 줄리 델피가 연기하는 사랑스러운 셀린은 파리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관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각자의 삶, 각자의 생활 또 각자의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낭독회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하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서 불과 85분의 여유만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왜 서로의 삶이 그렇게 불행하고 엇나갔던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9년 전 꿈만 같았던 짦은 만남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비포 선셋》입니다.
해가 뜨기 전까지의 보냈던, 절대 지워지지 않을 화인(火印) 같은 아련함을 안기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그 시간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기는 《비포 선셋》.
극중 에단 호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젊을 땐 사랑의 기회가 얼마든지 올 것 같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 않아."
흔치 않은 경험 때문에 풍요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던 두 사람의 내밀한 감정을 글로 확인할 수 있는 대본집이 《Before Sunrise and Before Sunset》입니다. 감독 Richard Linklater와 각본가 Kim Krizan이 직접 썼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