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마녀의 저주로 아름다운 소녀에서 90세 노파로 변해버린 ‘소피’와 왕실 마법사 ‘하울’ 두 주인공이 전개해 나가는 운명적인 사랑이야기가 바로 《Howl's Moving Castle》입니다. 2004년에 나왔던 애니메이션의 원작이고요.
판타지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운 이야기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Diana Wynne Jones의 《Howl's Moving Castle》보다는 시대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는 장르소설 판타지와 이미 굳건한 위치를 점한 애니메이션, 특히 시대를 풍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비교하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죠.
소설과 애니메이션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Diana Wynne Jones의 《Howl's Moving Castle》은 알찬 서사구조 속에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지만, 애니메이션 ‘Howl's Moving Castle’은 이야기구조가 상당히 해체돼 ‘소피’와 ‘하울’의 캐릭터만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서사가 허물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이상타 여길 것은 아닙니다. 이는 미야자키 감독의 성향의 변화와 관계된 부분이기에 호불호(好不好)를 논하기 어렵죠.
소설과 애니메이션 《Howl's Moving Castle》은 스토리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8세 꽃다운 나이의 소피가 90세의 푹 삭은 노파로 변신하는 것만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공통된 내용일 뿐, 전쟁부터 시작해 전장의 무기와 요괴가 출몰하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소설에서는 아예 전쟁 자체가 없습니다. 소설에서의 가장 중심이 되는 갈등 요인은 소피를 노파로 만든 ‘황무지 마녀’인데요, 애니메이션에서는 단순하게 소피에게 마법을 걸어 늙게 만드는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죠.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각각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한쪽에 손들어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소설 《Howl's Moving Castle》은 캐릭터의 디테일이 너무나 섬세하게 잘 살아 있어서 주위의 친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지만, 애니메이션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주변 캐릭터를 희생시켰습니다. 반면, 소설의 삽화로 볼 수 있는 각각의 캐릭터는 우리 정서와 조금 어울리지 않는 좀 묘한 얼굴인데 반해, 애니메이션에서는 그야말로 눈호강을 실컷 즐기게 됩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아할 것 같고요.
Diana Wynne Jones 의 베스트셀러. 하울의 움직이는 성.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