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가족이 생각날 때 어울리는 책, 괴물이 하늘을 날고 거인이 사람들을 밟아 죽이는 처참한 고향을 등지고 천만리 머나먼 길을 떠났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Shaun Tan의 《The Arrival》입니다. 말레이시아계 오스트레일리아인인 작가의 자전적 작품입니다.
스팀펑크의 대가로 숀 탠은 일러스트도 훌륭하지만 이야기 구성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자전적 이야기라고 했는데, 이민세대들이 타국에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까요. 그 느낌을 예술적인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인 만큼 당연히 그림만으로 모든 게 이해가 됩니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어렵고도 어렵게 자리를 잡아서 가족을 불렀던 힘겨운 이민사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이 꿈꿨던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도 말이에요.
특히 미국 이민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꽤 많습니다. 이제는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황된 상술이며 사기였는지 알고 있습니다만,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들은 정말 새로운 세상이 낙원일 것이라고 믿고 떠났을 겁니다.
앨리스 섬에서 비인간적인 입국심사를 받고 힘겹고도 힘겨운 관문을 통과했지만, 마주한 세상은 결코 파라다이스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갔던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문득 가족이 그리워진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