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1923년 가을, 프란츠 카프카는 공원을 산책하다가 울고 있는 꼬마 숙녀를 만났습니다. 꼬마 숙녀는 인형 Soupsy을 잃어버려 슬퍼하는 중이었습니다. 카프카가 어린 숙녀에게 인형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고, Soupsy는 먼 나라로 웅장한 모험을 떠났다고, 편지를 보내왔는데 아저씨의 집 오버코트 주머니에 넣고 그냥 왔다고, 내일 편지를 배달해 줄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카프카는 어린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인형을 대신해서 삼 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변신》의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사실적이고 간결하게 묘사하면서 현대문학의 지평을 한없이 넓힌 작가입니다. 아쉽게도 생전에 몇 개의 단편만 발표했을 뿐 남은 작품 대부분이 미완성이고요. 이런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단 한 명의 어린 독자를 위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인형을 잃어버린 소녀에게 들려주기 위해 삼주 동안 매일 인형의 모험을 전해준 겁니다.
인형의 우편배달부가 된 프란츠 카프카는 생명력이 가득한 행복한 결말로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실의에 빠졌던 소녀는 물론, 폐결핵으로 힘겨워하던 카프카에게도 삶의 희망으로 가득한 나날이었다고 하네요. 바로 이 카프카의 실화를 옮긴 이야기가 《Kafka and the Doll》입니다.
글이 조금 많은 편이지만 쉬운 문장에 내용이 워낙에 좋아서 술술 넘어가는데요, 무엇보다 암울한 카프카가 아니라 희망으로 가득한 카프카를 엿보는 것 같아서 행복해 집니다.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