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세피아톤의 표지 느낌이 '참 교과서적이다.' 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그렇다. 책 여기저기를 훑어보아도 '멋부린' 흔적이 없다.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에 아주 충실한 그림이 엮여 있을 뿐이다.
사실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 일러스트와 흰 여백에 정갈하게 놓인 글이 한 페이지씩 차지하며 이어지는 이 책은 1952년 출간된 아주 오래된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어느 사건, 꼬마 카우보이 Johnny가 길 잃은 곰을 데려왔다가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독자는 소년의 감정과 생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숲속에서 어미 잃은 작은 곰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데려왔을 때의 기쁨, 어린 곰이 점차 커져서 집안 여기저기를 들쑤셔놓고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을 때의 난감함, 직접 데려왔던 곰을 이제 마을 밖으로 쫓아내야 할 처지에 놓였을 때의 슬픔까지 말이다. 또한 아무리 멀리 데려다 놓아도 어느새 슬쩍 돌아와있는 곰에게서 소년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다.
바랜 느낌의 훌륭한 그림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원근과 명암은 매우 사실적이어서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어쩐지 모르게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처럼 꿈같다. 특히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자연 묘사는 마치 사진과 같이 섬세해서 오히려 상상 속의 장면같이 아련하다. 덩치만 커다란 어린 아이같이 메이플 슈가라면 사족을 못쓰는 곰의 표정에는 익살이 가득하다. 마치 아이와 같은 얼굴이다. 이렇듯 이 책에는 실화 같은 요소와 환상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어린 시절 나만의 동물 친구에 대한 바램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구체적이든 희미하든 아이라면 누구나 그런 꿈을 한번쯤은 꾸었을 법 하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어린이는 정말로 Johnny라는 인물 속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그와 함께 곰과 뛰놀고, 곰을 지키고, 또한 곰과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의 독자는 아마도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부터 막 글을 배운 꼬맹이까지 아주 다양할 것이다. 분명히 많은 독자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이 책을 물려받았을 것이고 또한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만큼 풍부하고 따뜻하고 또한 꿈을 주는 이야기다.
by boro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