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북미 최고의 인기 작가 닐 게이먼 Neil Gaiman은 순문학부터 장르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을 남긴 인물입니다. 노벨문학상 빼고 상이라는 상은 모두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그만큼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팬데믹 직전인 지난 2019년, 닐 게이먼은 SNS를 통해 팬들에게 ‘무엇이 따뜻함을 연상시키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UNHCR을 돕기 위한 행동이었는데요, 그는 화답해온 천 개가 넘는 반응을 일일이 살핀 후 이 답변을 시로 엮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겪어야만 하는 세상에서 편안과 환대와 안온함을 느끼려는 마음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2023년 연말 출간작인 《What You Need to Be Warm》입니다. 그래서 책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 UNHCR의 후원금으로 사용되고요.
아시다시피 닐 게이먼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 작가입니다. 그림책, 코믹스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너무 많이 접한 터라 마치 그림작가로 다가오기도 하죠. 쟁쟁한 작가들과 협업해서 작품을 많이 출간해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인류애로 가득한 닐 게이먼의 작업에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화답했습니다. 커버 그림은 올리버 제퍼스 Oliver Jeffers가 그렸고, 닐 게이먼과 협업을 가장 많이 한 크리스 리델 Chris Riddell을 위시해서 Benji Davies, Yuliya Gwilym, Nadine Kaadan, Daniel Egnéus, Pam Smy, Petr Horácek, Beth Suzanna, Bagram Ibatoulline, Marie-Alice Harrel, Majid Adin 그리고 Richard Jones까지 모두 12명의 쟁쟁한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닐 게이먼이 제시한 하나의 주제에 수많은 대가들이 참여했으니 일종의 앤솔로지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전체 32페이지에 불과하고 그림작가가 많으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림체가 휙휙 바뀌는 놀랍고도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기 쉬우나, 검정과 오렌지라는 톤 앤 매너를 지키고 있어서 확연한 구분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크리스 리델의 그림체는 한 눈에 들어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