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384페이지를 예술작품으로 채운 그림책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뒤흔들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식이던 것이 몰상식이 되고 반대로 몰상식이 상식이 되는 일도 생겼습니다. 농구선수가 득점하고 팔꿈치를 대며 dab 하던 모습을 비즈니스 미팅에서 보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요. 그래서 나온 신조어가 ‘뉴노멀 New normal’일 겁니다.
문제는 이런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 여유가 있는 이들이라면 재빠르게 또는 서서히 적응할 수 있으나, 자그마한 흔들림에도 생계가 휘청거리는 사회 최하층민은 목숨의 위험과 위협이 된다는 점입니다.
2023년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Ain't Burned All the Bright》는 384페이지를 예술작품과 단 10개의 문장으로 채웠습니다. 이렇게 그림으로만 채운 책이 보여주는 것은 팬데믹 시기의 흑인 가족의 처절한 삶입니다. 바이러스의 공포, 경찰의 잔혹성, 공황, 생계에 대한 불안 등 모두가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품은 흑인 가족을 내세웠지만 소수 인종 등에 대한 차별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찰하고 성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숨을 쉬는데, 이 숨을 마음대로 쉴 수 없을 때의 고충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Ain't Burned All the Bright》는 세계가 팬데믹 종료를 선언한 지금, 돌이켜 보기도 싫은 가혹했던 시절에 대한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by 이글랜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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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금의 현실은 어떠할까?
가까운 그의 가족부터 보자면, 코로나19로 가쁜 기침을 하는 아빠, 게임 중독에 빠져 무기력한 형제, 자유를 향해 저항 시위에 나선 누나가 있다. 엄마가 고정한 TV 채널에는 자기 또래의 아이가 바다에 빠져 죽은 뉴스가 나온다. 멋진 콜라주 아트웍과 단 몇 호흡의 시어가 숨쉬기 어렵고 깜깜한 화자의 세계를 더욱 부각한다.
by 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