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어릴 때 들었던 말 중에 영어사전을 한 장씩 찢어 먹어가면서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좀 더 나이가 들어서야 단어를 다 외웠다는 표시로 이해했지만, 어릴 때는 정말 사전을 찢어먹으면 그 내용이 머릿속으로 몽땅 입력되는 줄 알았죠. 그래서 먹어봤어요. 기억될 리 없겠죠? 맛도 없더라고요. T_T 우물우물 씹으면서 이게 딸기 맛, 초콜릿 맛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어라? 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아니었나 봐요. Oliver Jeffers의 《The Incredible Book Eating Boy》의 주인공 Henry는 책을 먹기만 해도 책 속의 내용을 모두 외우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어요. Henry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단지 책의 맛이 궁금해서 글자 한자를 맛보다가 다음에는 문장을, 그 다음에는 한 장을 통째로 먹었어요. 세상에, 먹었던 게 모두 기억이 되네요.
책을 먹으면서 아는 게 많아지자 갑자기 신이 났어요. 금붕어에 대한 책을 먹으면 금붕어 박사가 되고, 아버지보다 퍼즐을 잘 풀고, 학교 선생님보다 똑똑해졌거든요. 책을 많이 먹게되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정말 가리지 않고 열심히 먹습니다. 결국, 체하게 되고 아프게 돼요. 우웩~! 아뿔사, 소화가 되지 않은 지식이 그만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어요. 2 더하기 2가 ‘코끼리’라니, 이런 비극도 없어요.
바보가 되어버린 Henry, 책 먹는 걸 관두고 멍하니 있다가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웠습니다. 먹다 남긴 책이네요. 다시 입에 넣는 대신 천천히 읽기 시작합니다. 저절로 입이 벌어질 만큼 아주 재미있네요. 이제 Henry의 입으로 가는 건 브로콜리입니다. 아! 가끔씩 먹기도 해요. ^^
v 《The Incredible Book Eating Boy》의 책장을 넘기노라면 그림과 글이 정말 잘 어울리는 구나…… 싶습니다. 오래된 책을 연상케 하는 묘한 질감의 콜라주 배경과 때때로 나오는 모눈종이 배경이 Henry의 감정상태를 참 잘 표현하고 있네요.
책을 빨리 읽고 머리에 많이 집어넣는 것이 독서의 기쁨은 아닙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 스스로 익히는 자발적인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The Incredible Book Eating Boy》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