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에 도사린 꿈,
질서 아래에 잠든 환상을 일깨우는 마술적인 목소리
역사적 상흔과 내밀한 기억의 편린으로 완성해 낸
루마니아 현대 문학의 걸작
“나는 『노스탈지아』의 이야기들처럼 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들은 모방하거나 계속 쓰거나 발전시킬 수 없는 종류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건축가」 이후엔 더는 할 말이 없어서 그만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로 다시는 이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단지 막연한 마술적 기억만이 떠오를 따름입니다. 「REM」의 여왕놀이, 「말라깽이 꼬마」의 야릇한 만년필, 「쌍둥이자리」의 안티파 자연사 박물관, 「룰렛 승부사」의 리볼버에서 울려 퍼지던 난쟁이 요정의 웃음소리만이 내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게는 단 한 권의 책만이 있을 뿐입니다. 바로 지금 쓰고 있는 책 말입니다.”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사람에는 네 종류가 있어. 태어나지 않은 사람, 살아 있는 사람, 죽은 사람, 태어나지도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사람. 마지막 종류의 사람들이 바로 별들이지.” ―본문에서
“어쩌면 REM은 여전히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감정, 만물이 파멸하기에 앞서, 과거엔 존재했지만 이젠 영영 존재하지 않을 것을 맞닥뜨리는, 가슴을 조여 오는 떨림일 수도 있습니다. 추억을 기억하는 것. 아마도 REM은 향수일지도 모릅니다.” ―본문에서
오늘날 루마니아를 넘어 ‘동시대 유럽 문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작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의 대표작이자 그 심오한 작품 세계의 원형을 이루는 『노스탈지아』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0번으로 출간되었다. 1989년, 원래 『꿈(Visul)』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작품은 루마니아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우셰스쿠 독재 정권의 검열로 인해 크게 훼손당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1993년에야 『노스탈지아』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온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마침내 완전한 상태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루마니아에서만 11쇄를 중쇄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프랑스어를 비롯해 독일어, 헝가리어, 스페인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적 관심을 받는다.
『노스탈지아』를 통해 루마니아의 현대 문학뿐 아니라 새로운 유럽 문학의 기수(旗手)로 부상한 커르터레스쿠는, 이후 평단의 찬사와 함께 각종 국제 문학상에도 이름을 올리며 명실공히 ‘세계 문학’를 선도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마침내 2021년, 세계적 권위를 지닌 「펭귄 모던 클래식스(Penguin Modern Classics)」에 선정되며 ‘고전 문학’으로서의 위상을 굳힌다. 이 시리즈에 들어간 루마니아 작가는 (커르터레스쿠를 포함해) 오직 세 명뿐이며,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의 일이다. 이렇듯 『노스탈지아』는 “유럽 문학계를 강타”(크리스천 모라루, 문학 비평가)했을 뿐 아니라,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에게 국제적 명성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누벨 옵세르바퇴르》)이라는 찬사까지 가져다주었다. 수년 동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