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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환상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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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50094
ISBN
9788937464867
페이지,크기
240 , 132*225mm
출판사
출간일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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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작가가 꼽은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명실상부한 대표작

발자크의 전체 작품을 일컫는 총서명인 『인간극』은 《풍속 연구》 《철학 연구》 《분석 연구》라는 3개의 하위 그룹으로 나뉘며, 이중 《풍속 연구》는 다시 6개의 ‘장면’으로 세분된다. 1833년 최초의 전집 구상에선 ‘사생활 장면’, ‘지방 생활 장면’, ‘파리 생활 장면’만으로 이루어졌다가, 나중에 ‘정치 생활 장면’, ‘군대 생활 장면’, ‘시골 생활 장면’이 추가되었다. “19세기 풍속의 역사”를 실제 그대로 그려 보이겠노라 선언한 발자크는 이러한 분류 체계를 통해 개별 작품의 배경, 제재, 주제 등을 명료히 하고, 작품들 간 연계성을 효율적으로 제시한다.
3부작 장편 소설 『잃어버린 환상』은 1836년부터 1843년까지 8년에 걸쳐 집필되었으며, 처음에는 각기 독립된 단행본으로 순차 출간되었다.(1부 1837년, 2부 1839년, 3부 1843년.) 이후 3개 부를 한 작품으로 묶어 『인간극』 전집에 수록할 때, 발자크는 『잃어버린 환상』을 《풍속 연구》 중 ‘지방 생활 장면’ 시리즈의 맨 마지막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배치는 철저히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며, 이어지는 ‘파리 생활 장면’ 시리즈와의 접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방 생활과 파리 생활이 접합된 이 ‘장면’이야말로 본 작품이 말하려는 위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3부 서문」)
『잃어버린 환상』은 『고리오 영감』(1835)에서 시작된 『인간극』 총서의 한 축이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1847)으로 마무리되는 긴 여정의 본체에 해당한다. 『고리오 영감』의 여러 인물들이 그사이 저마다 사회적 입지를 굳히고 『잃어버린 환상』에 재등장하며, 『잃어버린 환상』에서 처음 시작된 뤼시앵의 일대기는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즉, 낱낱의 조각(개별 작품)을 이어 붙여 완성한 대규모 모자이크화(『인간극』)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작품이기에, 발자크의 『인간극』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잃어버린 환상』의 중요성은 특히 두드러진다.

1부 「두 시인」: 찬란한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청년 서사의 기원

“‘소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농사를, 새에게는 무사태평한 삶을!’ 인쇄업자는 생각했다. ‘나는 소가 될 것이고, 뤼시앵은 독수리가 될 것이다.’”

『잃어버린 환상』 3부작은 20대 초반의 두 청년 뤼시앵 샤르동과 다비드 세샤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겪는 시련과 성장의 이야기다. 프랑스 중서부의 유서 깊은 도시 앙굴렘을 배경으로 하는 1부에선 중등학교 시절 친구인 뤼시앵과 다비드의 우정과 헌신이 그려지고, 2부는 출세를 꿈꾸며 파리로 상경한 뤼시앵의 활약을 쫓아 무대가 옮겨간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파리에서 처절히 짓밟혀 상처투성이로 귀향한 뤼시앵과, 그사이 고향에 남아 사업을 일으키고자 악전고투해 온 다비드 가족의 불운을 묘사한다.
뤼시앵의 아버지 샤르동 씨는 나폴레옹 군대의 군의관이었던 외과 의사이자 탁월한 과학자였다. 그는 퇴역 후 앙굴렘에 약국을 차리고 신약 개발에 몰두했지만, 특허를 준비하던 도중 사망했다. 샤르동 씨는 대혁명 때 몰살된 뤼방프레 가문의 처녀를 구해 주려고 그녀와 결혼했고, 이로써 뤼시앵에게 절반은 귀족의 피가 흐르게 되었다. 한편, 다비드는 앙굴렘 인쇄업자 세샤르 영감의 외아들로, 지독한 수전노인 그의 부친은 일자무식 무일푼에서 시작해 번듯한 집과 땅을 소유하게 된, 자수성가한 소시민이다. 아들을 파리의 유명 인쇄학교로 유학 보낸 영감은 다비드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인쇄소와 장비 일체를 반강제로 아들에게 팔아 넘기는데, 이 때문에 다비드는 아버지에게 막대한 채무를 지게 된다.
다비드와 뤼시앵은 성장 환경과 성향, 기질은 물론 외모도 정반대다. 다비드는 다부지고 옹골차게 생겼지만 심성은 더없이 부드럽고 다정하다. 다비드보다 두세 살 어린 뤼시앵은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을 닮은 놀라운 미모의 소유자로, 그에게는 작가로 출세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꿈이 있다. 높은 이상을 세우고 빛나는 미래를 꿈꾼다는 공통점, 그리고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는 기쁨으로 두 사람은 남다른 우정을 쌓는다.

2부 「파리의 지방 위인」: 모든 것을 욕망하는 의지가 냉혹한 사회에 맞서 벌이는 사투

“불행의 무게에 짓눌릴 때만 숙고하는 시인에게 현재는 아무 걱정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성공 은 그가 탄 쪽배의 돛을 한껏 부풀렸다.”

1부에서 뤼시앵은 수려한 용모와 시적 재능으로 앙굴렘 사교계 여왕 바르주통 부인의 눈에 띈다. 루이즈 바르주통은 구시대의 가치와 관습을 고집하는 지방 도시의 폐쇄적 귀족 사회에 염증을 느끼던 차, 잘생긴 아들뻘 뤼시앵의 순정에 매혹되고, “미래의 페트라르카”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뤼시앵을 파리로 이끈다. 그렇지만 댄디들과 미녀들이 넘쳐나는 화려한 파리 사교계에서 시골 청년 뤼시앵은 우스꽝스러운 새앙쥐처럼 보인다. 단 일주일 만에 뤼시앵은 바르주통 부인에게 참담하게 버려진다. 극한의 궁핍과 고독에 맞서 의연히 싸우기에 뤼시앵은 너무 허약하고, 그의 복수심은 지나치게 뜨겁다. 위대한 작가의 꿈을 미루고, 당장의 생계를 위해 기자가 된 그는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로 단숨에 언론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가는 어음할인과 빚과 도박, 출판·문화계와 언론의 일상화된 뒷거래, 정파에 따라 극렬히 대립하며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신문들 등, 19세기 저널리즘과 자본화의 병폐를 묘사한 2부 「파리의 지방 위인」은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어 더욱 사실적이다. 발자크는 1826년에는 출판사를, 1835년에는 잡지사를 운영했지만, 두 번의 사업 모두 빚만 지고 실패했다. 경제적 파탄에 내몰린 그는 정치적 신념과 관계 없이, 왕당파는 물론이고 자유주의파 저널들에도 다수의 칼럼을 썼다. 또한 두 차례나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편집인의 사주를 받은 동료 작가들과 언론인들에게 부당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쓰인 2부는 순진한 풋내기의 행운, 사랑, 비약과 추락의 현기증 나는 서사가 펼쳐지며 ‘발자크다움’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3부 「발명가의 고뇌」: 『인간극』의 축조 비결이 집약된 3부작의 정점

“오! 여보, 이 길을 포기해. 이미 다져진 길을 따라가. 빨리 부자가 되려 하지 말자. 행복하기 위 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아. 특히 이토록 큰 고통을 겪은 후에는!”

패잔병 뤼시앵은 빈털터리로 앙굴렘에 돌아온다. 그사이 뤼시앵의 여동생 에브와 결혼한 다비드 세샤르는 사랑하는 아내와 처남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주려면 자신이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큰 부를 이루기 위해 다비드가 선택한 길은 가장 험한 고난의 길, 즉 발명가의 길이다. 19세기 산업과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종이 수요의 폭증을 예측한 다비드는 값싼 원료로 질 좋은 종이를 제조하는 비법을 찾아내 특허를 받을 계획이다. 불굴의 의지와 성실함을 지닌 다비드에게 자연을 관찰하고 물질의 법칙을 연구하는 일은 다만 시간이 걸릴 뿐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집안에나 골칫덩이가 한 명쯤 있기 마련이고, 세샤르 부부에게 그 존재는 뤼시앵이다.
앙굴렘에서 인쇄소와 제지공장을 경영하는 쿠앵테 형제는 다비드가 몰두하는 발명의 어마어마한 가치를 간파하고 이를 탈취할 계략을 세운다. 서민 출신으로 소송대리인이 되었으며 장차 법무부 장관을 꿈꾸는 야심가 프티 클로가 상류층 여성과의 결혼 주선 조건으로 쿠앵테 형제의 작전에 가담한다. 이들의 음모를 가능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뤼시앵의 위조 어음이다. 자본가 부르주아들의 이전투구, ‘합법적’ 절차로 악용되어 한 가정을 파괴하는 비정한 소송까지, 1부와 2부에서 전개되었던 서사들이 3부에서 기막힌 반전과 함께 마무리된다. 특히 『잃어버린 환상』 3부는 『인간극』 세계관에서 대표 악당인 보트랭(본명은 자크 콜랭)이 모든 희망을 잃고 생을 포기하려던 뤼시앵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으로도 매우 유명하다. ‘악’과 ‘시’의 결합이라 할 이들의 만남은 이후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에서 펼쳐질 대서사의 서막이 된다. 이처럼 한 작품의 끝이 새로운 작품의 흥미진진한 출발점이 되는 서사 구조는 『인간극』 시리즈의 가장 개성 넘치는 특징이다.

[목차]
1부 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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