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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등사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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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204062
ISBN
9788937464522
페이지,크기
272 , 132*225mm
출판사
출간일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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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소설의 형태를 취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 같은 작품. 작가의 정신적 밀도, 정밀함, 독특한 개성과 놀라운 재치가 돋보인다.” 《뉴욕 타임스》

“환경 파괴와 기이한 가족 드라마, 예언적 서사시를 들려주는 다와다 요코의 작품은 비극적이리만큼 풍자적이지만, 이 암울한 세계를 그려 내는 기발한 발상과 경쾌한 문장은 그를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작가로 만들어 준다.” 《가디언》

“다와다 요코의 『헌등사』는 파국을 향해 내닫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불온한 상상력 속엔 유머와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정교한 공예품 같은 다와다 요코의 작품을 비평하는 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헌등사』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다정한 우화와 냉혹한 풍자의 균형을 절묘하게 찾아낸 작품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죽음을 새로운 시각으로 관조하는 아름다운 디스토피아 소설. 다와다 요코의 기발한 스타일과, 사실로부터 추상으로 도약하는 비상한 능력은 파괴로 치닫는 인류를 질책하는 한편, 미지의 희망으로 가득한 미래를 전망한다.” 《북리스트》

“초현실주의적 글쓰기를 선보이는 다와다 요코는 대재난 이후 ‘디스토피아 일본’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 놀라울 정도로 절실한 명상을 제공한다.” 《커커스 리뷰》

『헌등사』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다와다 요코의 초문화적이고 탈인간중심주의적 문제의식과 고유한 문학 세계가 집약된 작품집이자, 전미도서상(번역 부문)을 수상한 대표작이다. 그동안 낯선 언어와 문화 사이에 가로놓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호하고 몽환적인 시공간과 잔혹한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월경(越境)하며 실험적 글쓰기를 꾸준히 실천해 온 다와다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한 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물질문명의 허상과 자연 파괴의 대갚음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러한 저자의 고뇌가 구현된 『헌등사』는 인간의 이기적 욕심과 한없는 욕망,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재해가 불러들일 지옥도를 예언적으로 성찰하며 장차 도래할 불가해한 미래를 보여 준다. 그러나 다와다 요코는 단지 ‘디스토피아’를 구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절망을 희망으로 이끄는, 어둠에 잠식된 비관적 세계에 등불을 밝히고자 미지의 영역으로 도도히 나아가는 ‘헌등사’를 통해 언어와 문화의 차이, 인간과 자연의 불화를 통합해 내는 비전(vision)을 제시한다. 더불어 플롯을 압도하는 “이야기의 추진력”과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보이는 독창적인 언어유희는 절정에 이른 작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끝이 보이면 차라리 안심이 된다. 어렸을 때는 의학의 최종 목적이 영원한 불사의 신체를 만드는 일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죽을 수 없는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본문에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마저 자취를 감춘 무메이는 너무나 불쌍하지만, 인간의 죽음이든 증발이든 사실 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경찰에 신고하기가 영 내키지 않았다. 요시로는 미니어처 같은 아기의 손을 잡고 작게 움직여 보았고, 돌연 큰 소리로 울고 싶은 감정이 북받쳐서 “둘이 함께 힘내 보자, 동료여.”라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지금껏 쓴 적 없던 ‘동료’라는 말이 왜 이 순간에 나왔을까. 솔직히 ‘동지’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이 단어에 달라붙은 귀찮은 기억들 탓에 ‘동료’라고 내뱉었는지도 모른다. -본문에서

“자, 봐 봐. 세계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바다가 있어. 여기가 태평양이야. 이 바다를 끼고 왼쪽으로는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오른쪽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이 있지. 태평양 바닥에 가라앉은 판이 이따금 크게 어긋나. 그러면 커다란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몰려올 때도 있어. 그건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지구란 그런 것이야.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 내쳐진 이유는 지진이나 해일 때문이 아니야. 단지 자연재해 때문이라면 벌써 극복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자연재해 탓은 아니야, 알았지?” -본문에서

표제작 「헌등사」는 대지진과 치명적인 원전 사고가 있은 뒤, 태평양 한가운데를 표류하듯 고립된 일본의 모습을 그린다. 자연은 오염되고, 정부는 민영화되고, 쇄국 정책으로 외국어가 더는 쓰이지 않고, 도쿄를 비롯해 일본 열도 전역이 황폐해져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진다. 그런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날의 사건 이후로 노인들은 죽음을 빼앗긴 채 점점 더 건강해지고, 아이들은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호흡하기마저 곤란할 정도로 차츰 쇠약해져 간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들끓던 재앙 이전 시대에 태어난 요시로와 태어날 때부터 죽음을 떠안고 살아가는 그의 증손주 무메이는, 이토록 황량하고 아무것도 소망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자 부단히 애쓴다. 「빨리 달려 끝없이」는 별다른 곡절 없이 순탄한 삶을 살아온 아즈마다 이치코가 남편과 사별한 뒤 “태산만 한 고독”을 달래고자 등록한 꽃꽂이 교실에서 만난 다바타 도오코, 이른바 ‘텐짱’이라고 불리는 여성과 함께 경험하는 기묘한 사건을 들려준다. 현실과 초현실,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이 두 여성의 인연은 다와다 요코 특유의 언어유희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재난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싹트는 불가해한 인간관계를 되묻는다. 「불사의 섬」은 대재난 이후, 원전 사고로 인해 모든 생명이 뒤틀리고 파괴돼 버린 일본의 지옥 같은 상황을 몽환적인 필치로 그려 낸 섬뜩한 작품이다. 또 「피안」은 치명적인 원전 사고를 겪고도 무감각하게 다시금 재앙의 불씨를 당기는, 지난 대지진이 가르쳐 준 값비싼 교훈을 가벼이 망각해 가는 일본의 어리석은 현실과, 역사적 반성 없이 주변국과의 연대를 깡그리 무시하는 일본의 정치 상황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동물들의 바벨」은 인간이 스스로 불러들인 대재난(대홍수)으로 인해 절멸한 뒤, 지구상에 살아남은 동물들끼리 저마다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지난 인류세(오늘날의 우리)를 풍자적으로 비평하는 재치 있는 희곡이다. 이 다섯 작품은 일견 느슨하게 결속된 듯 보이지만, ‘3.11 동일본 대지진’이 불러일으킨 중력에 의해 하나의 거대한 천체를 이룬다. 우리는 이들 작품을 자유롭게 부유하며 지금 필요한 깨달음과 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리라.

[목차]
헌등사
빨리 달려 끝없이
불사의 섬
피안
동물들의 바벨

작품 해설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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