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소방차 안에는 스물아홉 대현 씨가 타고 있고
그의 손가락에는 오늘 낮에 찾은 결혼반지가 반짝이고 있다
어두운 밤을 가로지르는 빨간색 소방차에는 스물아홉 대현 씨가 타고 있다. 그의 네 번째 손가락엔 결혼반지가 반짝이고 있다. 대현 씨는 지영 씨와 작은 호숫가에서 오붓한 결혼식을 올리고, 일 년 후 대현 씨를 꼭 빼닮은 딸이 태어난다. 무수한 현장에서 의연함을 잃지 않는 소방관 대현 씨에게도 함께하는 딸의 ‘처음’은 언제나 새롭고 놀랍다. 용감한 소방대원이자 다정한 배우자, 아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대현 씨의 하루하루는 수많은 ‘지금’들로 반짝이고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연기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하는 끝없는 용기
딸은 대현 씨를 닮아 활발하고 엉뚱한 아이로 자란다. 사이즈도 안 맞는 아빠의 소방관 옷을 걸치고 요리조리 거울을 보는 천진난만한 모습에선 아빠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하루는 “아빤 불이 무섭지 않아?”라고 묻는 딸에게 대현 씨는 답한다. 무섭지만 나보다 더 위험에 빠진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는 거라고. 물론 언제나 담담했던 대현 씨도 함께 일하는 후배가 크게 다쳤을 땐 몇 달을 잠에 들지 못한다. 그러다 열 살이 된 딸이 백일장에 나가 아빠처럼 용감한 소방관이 되겠다는 글을 쓰자, 대현 씨의 마음속에도 다시 용기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언제라도 다시 불타는 건물로 뛰어들게 하는 묵직한 용기가.
가늠할 수 없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가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림책이 되어
어릴 적 우연히 화재 현장을 목격했던 김성은 시인은 그날 이후로 자신의 삶 한 편에 그 기억을 두고 오래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용기인지 감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언젠가는 꼭 그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그 마음은 동시가 되었다.
대현 씨가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를 대신 꿈꿔 준 시인의 뒤를 이어, 화가는 치열한 대현 씨의 ‘지금’을 또 다른 해석으로 펼쳐 낸다. 책의 양쪽 면에 서로 다른 시간대를 보여 주는 양양의 문법은 마치 영화적 편집처럼 교차되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남긴다.
길게 이어진 산문시가 갈피갈피 나눠지고 오롯한 한 장의 그림과 만나, 한 편의 영화 같은 그림책이 되었다.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품어 온 시인과 그런 시인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풀어 낸 화가의 시선을 기억하며 대현 씨의 미래를 함께 걸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