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뜨리는 한밤의 물수제비뜨기
마을에 아침이 오면 제빵사가 진흙이 가득 찬 눈으로 빵을 반죽하고, 선생님은 갈대와 수련을 뽑으며 학생들을 맞이한다.
매일 밤, 물이 모든 것을 녹슬게 하여 일꾼들은 끊임없이 수리해야 한다.
일꾼들은 진흙 술을 마시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물속에서 지내듯이 묵묵히 살아간다.
질 바움의 글은 흐르지 않는 물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늪과 진흙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늪과 못으로 상징되는 이 마을은 침묵의 세계인 것이다.
어느 날 밤, 하늘이 갈라지고 오렌지빛으로 물들더니 이 마을에 조약돌을 던지는 허수아비 차림의 남자가 나타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못 위에 우아하게 물수제비를 뜨는 사람. 그가 던진 조약돌은 튀어 오를 때마다 반짝거리고 수면에 닿을 때마다 소리를 내고 멜로디를 만든다.
수염이 덥수룩한 이 남자가 마술을 부리듯 조약돌을 던지자 아이들은 조약돌을 주워 건넨다.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마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한밤의 물수제비 놀이는 어떻게 될까?
세상을 바꾸는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
결코 꺾이지 않는 아이들의 힘
못이 어두컴컴하고 절망적인 세상을 상징한다면 이 세상에 균열을 내는 것은 아이들이 힘을 모아 찾은 조약돌이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놀이와 웃음을 되찾아 주는 한편, 단조롭고 정체된 감정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킨다.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실린 조약돌은 거침없어서 결코 꺾이지 않을 기세로 뻗어 나간다.
그 힘의 묘사가 그림책의 클라이맥스다.
색색의 풍선을 든 낯선 남자가 나타나고 물수제비 놀이의 절정까지 요안나 콘세이요는 연필과 색연필뿐 아니라 구아슈를 과감히 활용하여 급류처럼 폭발하는 아이들의 힘을 표현해 낸다.
오랜 시간 깊이 잠들어 있던 못이 꿈틀거리고 변화하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들이 찾은 조약돌은 들판을 가로질러 끝없이 달린다.
그 조약돌은 햇빛이 쏟아지는 숲속으로 달려가는 한 아이의 이미지로 포개진다,
절망 따위를 가뿐히 건너뛰는 희망의 모습처럼.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을 손에 꼭 쥐고 뛰어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