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중국의 한 부잣집을 배경으로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자일 뿐만 아니라 자식부자이기도 합니다. 큰오빠, 작은 오빠, 언니와 막내 오빠, 그리고 다섯 번째가 주인공 Adeline Yen Mah입니다. 그녀의 밑으로도 형제가 있습니다. 두 명의 남동생은 새엄마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새엄마 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고모도 있습니다. 모두 12명의 대가족이 함께 어울려 살죠.
3대가 어울려 사는 대가족이라고 하면 어른의 자애로운 표정과 배려 그리고 형제자매간의 돈독한 우애가 연상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 Adeline Yen Mah의 출생 당시 엄마는 산고를 못 이겨 일찍 숨을 거둡니다. 이 때문에 다섯 오빠언니들은 엄마를 여읜 슬픔을 그녀에게 책임 지워 구박을 합니다. 단순한 구박이 아니라 요즘 말로 왕따를 대하듯 괴롭힙니다. 오히려 새엄마에게서 태어난 두 남동생은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신을 신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죠.
그게 싫어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형제자매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받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반에서 일등을 하고 반장이 되어도 돌아오는 것은 멸시입니다. “네 까짓 게 어떻게 일등을 하니? 거짓말하지 마!”입니다. 심지어 때리기까지 합니다. 부잣집에서 사랑 받고 자라야 할 딸로 태어나 구박만 받는 재투성이 아가씨(Cinderella), 끝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치닫는 이 실화를 보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중국계 미국인 Adeline Yen Mah는 현재 미국에서 존경을 받는 의사입니다. 이렇게 그녀가 자서전을 통해 밝힌 과거는, 그녀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내에서는 차라리 밝히지 않는 게 도움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쩌면 불이익을 감수하고 자서전을 펴냈습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가족의 지원은커녕 사랑조차 받지 못하고 자라야 할, 자신과 같은 유년을 겪어야 할 세상의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
아래는 신데렐라와 관련한 참고 글입니다.
---------------------------------------------
신데렐라 이야기는 세계 각 국에 퍼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콩쥐팥쥐’가 있고, 세계 표준이 된 프랑스의 ‘Cendrillon’과 독일의 ‘재투성이 소녀’, 베트남의 ‘카종과 할록’, 필리핀의 ‘마리아’, 이탈리아의 ‘고양이 신데렐라’, 이탈리아 파르마 지방에서는 ‘센드라외울라’, 영국의 ‘이끼옷’,이라크의 ‘가난한 소녀와 암소’, 러시아의 ‘아름다운 바실리아’, 아일랜드의 ‘얼룩소’ 아메리카 인디언의 ‘칠면조 소녀’ 아프리카의 ‘처녀와 개구리, 그리고 추장의 아들’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수집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대략 천 편 가량 된다고 하네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의 원전은 중국의 섭한(葉限, 860년 경)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문서로 남아 있는 것 중에 가장 오래됐거든요. 모티브도 손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유리구두에 맞는 발을 가진 여인을 찾는다……인데요, 벌써 전족(纏足)이 생각나죠? 전족은 주로 가죽으로 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모피가죽(vair)이 유리(verre)로 바뀐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전족의 시작은 보편적으로 10세기 초반인 송나라 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섭한(葉限)은 860년경에 남아있는 기록인데요, 벌써 10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이상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5대10국 시대부터 시작됐다고도 하니, 그렇게 틀린 것 같지도 않네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