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모닥불 앞에 인디언 꼬마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아이는 수시로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어떻게 자랐는지를 얘기해 달라고 조릅니다.
“할아버지, 또 해주세요. 제가 어떤 아이예요?”
“인석아! 내가 몇 번이나 했잖니. 너도 다 외울 것 같은데.”
“그래도, 그래도……. 할아버지가 해주는 얘기가 더 좋아요.”
이번에도 마지막이라며 할아버지는 했던 이야기를 또 다시 합니다. 눈 먼 아이가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다른 아이들처럼 함께 말을 타고 산과 들판을 누비며 바람과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는지, 애정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집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반복될 때마다 묶기 시작했던 매듭은 어느새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뚱뚱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이별이 옵니다.
인디언들은 삶 그 자체가 성찰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이름에도 현기(賢氣)가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들의 방식은 참으로 신비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인디언이 나오는 책 치고 뭉클한 감동이 없는 책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Knots on a Counting Rope》의 저자 중 한 명인 Bill Martin Jr.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文盲)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리내어 읽을 때 더욱 감탄하게 되는데요, 참으로 아름다운 리듬감과 구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Knots on a Counting Rope》는 국내에 ‘매듭을 묶으며’란 제목으로 소개됐으며,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