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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 세계문학전집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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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52186
ISBN
9788937464768
페이지,크기
524 , 132*225mm
출판사
출간일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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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유럽에는 있고 미국에는 없는 것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들, 자신과 타인에게 냉소적인 이들

대개 ‘음모’를 폭로하는 소설에서는 전지적 삼인칭 시점의 화자가 줄거리를 중립적인 목소리로 전달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화자는 주인공까지 포함한 등장인물 모두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데 이 점이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이자 가치다. 『레볼루셔너러 로드』는 두 주인공의 경우만 국한해서 본다면 일종의 성장 실패기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는 세력 혹은 성장을 실패하게 만드는 힘은 흔히 사회 자체 혹은 사회적, 역사적 정황이다. 이런 식의 전형적인 줄거리에서는 주인공이 이들 적대적인 세력에 맞서고, 투쟁하는 결과가 전체의 결말을 결정한다. 영웅적으로 이겨 내거나, 처참하게 실패하거나, 아니면 ‘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탈출하거나.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에서라면 화자는, 중립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개 주인공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래야 독자들이 주인공의 투쟁에 더 관심을 기울일 테니까. 그런데 이 소설은 좀 다르다. 이 책의 화자는 줄거리의 전 단계에 걸쳐 회의적이다. 말하자면 등장인물과 그들의 배경 혹은 적대 세력이 되는 사회 자체 모두에 대해 냉소적인 셈이다.

프랭크와 에이프릴 두 주인공 자신들도 냉소적이다. 두 사람은 교외 신흥 주택 지역에서 가장은 벌고 아내는 전업 주부인 핵가족을 이루어 전형적인 젊은 중산층 부부로 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현재의 삶을 부정한다. 뉴욕시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과거의 보헤미안적인 삶을 떠나 현재의 ‘중산층 지옥’에 떨어진 것은 ‘두 아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다. 자신들이 원하는 삶이 아니다. 그들의 눈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 ‘평범함을 강요하는’ ‘절망적인 공허’ 속 중산층의 삶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유일한 삶의 방식으로 찬양하는 얼빠진 인간들이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그나마 자주 어울리는 가족은 셉과 밀리 부부다. 그렇지만 주인공 부부는 이들도 은근히 무시한다. 중산층 삶에 대한 혐오의 정도가 자신들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에 대해 냉소적인 이 부부에게는 대안이 없다. ‘절망적인 공허’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에게는 이 폐허를 보람찬 삶의 현장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다. 이런 그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이곳을 ‘뜨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의 식민지로 출발했다. ‘유럽의 대안’을 건설한다는 거창한 이념과는 별개로 미대륙 식민지 개척민들은 ‘먹고살 만’해지면 언제나 유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면 실제로 ‘용기 있는’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호기롭게 파리로 날아가 얻을 수 있는 것, 1950년대 미국 신흥 주택가에는 없고 유럽에는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일까? 정체성이다. 두 사람은 ‘진정한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발견하는 것’을 궁극적인 행복의 조건으로 간주하며, 당대 미국 중산층의 평범한 삶은 정체성의 형성을 방해하거나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인간 관계나 물질적 기반을 부정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준다. 자신들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조건들을 ‘자신들의 것’이 아니거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으로 자신들을 파악한다. 이 경우, 우연한 조건들을 초월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근대인 특유의 노력과 유사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부정 혹은 초월을 통해 ‘보편적 인간성에 대한 인식’에 닿는 과정을 보여 주지 못한다. 주인공 부부에게서는, 실존주의식으로 말하자면, ‘진정성’이 없다. 두 사람은 당대 미국 사회의 지적 유행을 답습하고 있는 ‘가짜’에 불과하다.

1960년대 미국 문학이 나아갈 길을 가리키는 안내판

‘농지 소유의 자유민’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프랭크는 회사 조직의 기제에 종속된 임금 노동자에 불과하다. ‘사랑의 여신’이어야 할 에이프릴은 사랑에 실패하며, ‘보호자’여야 하는 셉은 그 누구도 보호하지 못하며, ‘성실하고 능숙한 일꾼’이어야 하는 밀리는 수다쟁이에 불과하다. 추하게 늙어 가는 헬렌은 이름에 제값을 하려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여야 하며, 망상에 사로잡힌 존은 ‘선지자’여야 하고, 술에 찌들어 무기력해진 오드웨이는 ‘창으로 무장한 전사’여야 한다. 이처럼 예이츠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이름을 부여하면서 발화와 의도가 정반대인 언어적 아이러니를 사용하여 이들을 희화화한다. 게다가 예이츠는 이들을 이름값도 못 하는 인물인 듯한 이름들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부모 세대에 비하면 ‘열등한’ 자식 세대로 규정한다. 프랭크의 경우, 아버지는 직업 윤리가 투철하고 성실하며 손재주가 좋은 노동자였다면, 자신은 여자들 앞에서 멋진 척하는 말솜씨만 그럴듯할 뿐 회사 조직의 허점이나 파고드는 불성실한 노동자다. 유럽을 유람하며 파티를 즐기던 유한 계급이었던 부모를 둔 에이프릴은 현재 신흥 주택 단지의 조그만 주택에서 회사원인 남편과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부모 세대보다 열등하며, 신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타락한’ 삶을 살고 있다.

이름에 적용된 아이러니와 신분상의 ‘타락’이란 이들 주제는 모두 예이츠가 1950년대의 미국을 이전보다 못한 사회로 간주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전과 비교해 떨어지는 품질의 어떤 것은 궁극의 결과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상적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적어도 1950년대 미국 사회는 혁명가들이 꿈꾸었던 그런 사회는 아니다. 이 소설 이후 1960년대 미국 작가들은 미국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혁명가 ‘국부’들의 이상을 소환하며 현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반체제적’ 또는 ‘체제 저항적’인 작품들을 쏟아낸다. 예이츠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그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다만 1950년대 중산층의 삶에 깃든 어리석고 불합리한 면을 냉정하게, 그러나 연민의 정으로 그려 내는 과정에서 ‘미국의 꿈’이 구현됐다는 현재 사회가 미국을 건설할 때의 꿈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1960년대 미국 주류 문학이 나아갈 길의 방향을 어렴풋이 가리키는 안내판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목차]
1부 11
2부 181
3부 315

작품 해설 4 93
작가 연보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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