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어릴 때 유카다에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기나긴 여행을 떠난 할아버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건너 도착한 곳은 미국입니다. 지평선이 보이는 벌판, 짓누르듯 높이 솟은 공장 굴뚝, 하늘과 맞닿은 산 등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웅장한 풍광에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가슴 한켠에서 조금씩 자라는 것은 고향의 그리움입니다. 어린 시절을 수놓았던 향수가 밀려오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옛 친구들과 재회하고 귀여운 손자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크기만 했던 미국의 산하가 어인 일인지 자꾸 그립습니다.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미국여행을 다녀오려고 하나 끝내 그리움만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영원히 고향을 찾아 떠나는 율리시스의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언제나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던 곳을 찾아 떠나는 인간의 마음을 두고 심리학에서는 “엄마 뱃속에 있던 때를 그리워하는 회귀성 본능”이라고 하던데, 이러한 인간의 심리가 수채화처럼 펼쳐진 작품 Allen Say의 《Grandfather's Journey》입니다. 1994년 칼데콧 수상작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잔한 마음이 가슴을 아릿하도록 서정적이게 그려져 있는데요, 초등학생 저학년용이라고 하는데 어쩐지 어른의 마음을 더욱 감성에 젖게 만드는 만듭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