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산 하나가 문 옆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이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가요. 빨간 우산은 사람들에게 shelter를 만들어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사람들과 동물들이 우산으로 모여들어요. 그때마다 우산은 팔을 벌려서 모두 감싸줍니다.

일러스트는 물론, 내용마저 훌륭한 그림책 Amy June Bates의 《The Big Umbrella》입니다.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비가 있습니다. 코로나처럼 사나운 비가 버거울 만큼 내리기도 하고요, 마음을 사정없이 할퀴는 비와 차별과 소외라는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 shelter가 되어주는 빨간 우산의 이야기입니다. 7학년인 딸의 이야기에 엄마가 일러스트를 더해서 완성한 모녀작가의 작품입니다.

잿빛 하늘과 대조적으로 선명한 빨간 우산 아래 사람과 동물이 모여드는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오는데요, 우산으로 가려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누가 그늘로 찾아들었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의미심장합니다. 조깅하는 흑인과 히잡을 쓴 여성과 작은 개와 산책하는 휠체어를 탄 백인과 세 아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는 두 남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산이 사상적, 정치적, 종교적 편견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shelter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인데요, 이 책이 발간됐을 때가 트럼프 집권 시기인 걸 감안하면 그림책의 당당한 선언이 굉장히 멋지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