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톰! 시계가 열세 번 쳤는데 어떻게 할 거야?”
홍역을 피해 가족을 떠나 있는 처지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는 톰.
이모네 집 주변은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으스스한 곳이고,
현관 한쪽 구석에는 아주 오래된 괘종시계 하나가 음침하게 서 있다.
어느 날,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던 톰은
새벽 한 시에 열세 번이나 치는 시계 종소리를 듣는다.
열세 번이라니! 시계가 고장이 난 걸까?
시계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살금살금 현관으로 간 톰은
상상도 못 했던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한다.
톰의 정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카네기 상 수상 / 중앙독서교육 선정 도서 / 부산시교육청 추천 도서 /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 도서 / 책교실 추천 도서 / 한우리 권장 도서 / 소년한국 좋은책 선정 도서 / 아침독서운동 추천 도서 / 휘트브레드 상 수상 작가 / KBS 한국어능력시험 선정 도서
영국 근대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필리퍼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로 실제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잘 넘나들었다는 평을 받으며 1959년에 카네기 상을 받았다. 1999년에는 영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Tom's Midnight Garden)》로도 개봉되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필리퍼 피어스는 모든 작품에 치밀하고 완벽한 묘사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개성 있는 인물과 완벽한 서사의 구조를 균형 있게 짜 맞춘다. 한 마디로 ‘걸작’이라는 평으로 압축되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한밤중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년과 소녀의 마법 같은 이야기로 신비한 모험뿐만 아니라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상상의 정원,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시간과 비밀스러운 사건들로 가득하다. 놀이와 상상의 경계가 흐린 아이들을 들썩이게 만들고, 현실 속 판타지를 느끼게 해준다. 어른들에게는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는 상상의 정원
주인공 톰은 홍역에 걸린 동생 피터를 피해 이모네 집에 머무른다. 이모네 부부는 친절하게 톰을 맞이한다. 이모네는 오래된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고쳐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하고 아름답지만, 그곳에는 톰이 원하는 정원도, 친구도 없다. 톰의 주의를 끄는 건 현관 앞에 음침하게 서 있는 괘종시계뿐이다. 왜냐하면 그 시계는 새벽 한 시에 열세 번의 종을 치기 때문이다. 놀 친구도, 할 것도 없어 심심한 톰은 문득 시계 속이 궁금해진다. 이모네 부부가 잠에 들기를 기다리던 톰은 마침내 깜깜한 현관 앞에 선다. 전등 스위치를 찾지 못해 현관 뒷문을 여는 순간, 널찍한 잔디밭, 히아신스가 만발한 꽃밭, 하늘 높이 자라 있는 전나무, 아름드리 주목나무들, 구불구불한 오솔길…… 게다가 톰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와 세 명의 소년들을 보게 된다.
필리퍼 피어스는 상상 속으로 빠져든 아이들의 모습을 동화 속 판타지로 보여 준다. 이제 소년은 심심하지 않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가상의 무대에서 허무맹랑한 아이의 상상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톰이 꾸는 단순한 꿈이 아닌, 현실 속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소년이 느끼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뿐만 아니라, 아득하고 먼 나라인 영국의 풍경을 내 것인 것처럼 익숙하게 느낄 수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생명력 넘치는 상상의 정원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시계는 시간을 잊어버린 듯 계속해서 종을 치고 있었다. 시계가 울리는 동안, 톰은 기쁨에 찬 마음으로 빗장을 열고,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정원으로, 톰을 기다리고 있는 정원으로 걸어 나갔다. (본문 중에서)
▶ 한밤중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년과 소녀의 마법 같은 이야기
톰은 정원에서 만난 해티와 우정을 쌓는다. 자신의 어두운 시간을 밝게 채워 주는 해티가 부모님을 잃은 후 숙모 댁에서 외롭게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해티의 모습이 왠지 낯설다. 톰이 정원에 갈 때마다 해티는 때로는 톰보다 어리고 때로는 톰보다 나이가 많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백과사전까지 찾아 가며 정원을 파헤치던 톰은 마침내 정원에 흐르는 시간의 비밀을 알게 된다. 톰의 지나간 몇 주가 해티에게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유년기가 끝날 때까지의 긴 시간이었던 것이다.
독자들은 톰이 정원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나 생생한 나머지, 필리퍼 피어스가 환상의 세계를 풍성하게 묘사하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톰이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과 또 다른 현실을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읽고 있던 독자들도 멈춰 있던 자신의 시간과 상상을 뒤돌아보게 된다.
▶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세대를 초월한 따뜻한 우정
정원에서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내도 현실에서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는다. 톰의 모습은 그대로이지만, 해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성장한다. 해티와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톰은 동생 피터와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자 아쉬운 마음에 무언가를 계획한다. 하지만 톰의 실수로 계획은 무너지고, 이제 톰은 영원히 정원으로 갈 수 없게 된다. 더 이상 정원으로 갈 수 없게 되었던 날, 톰은 이모네 집의 집주인이자 괘종시계를 만지던 바솔로뮤 할머니가 해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톰이 갔던 정원에서의 시간과 바솔로뮤 할머니의 꿈속의 시간이 함께 맞물려, 결국 톰과 해티는 수십 년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어 만나게 된 것이다.
할머니가 된 해티의 현실에서 톰은 과거의 추억을 함께한 유일한 친구다. 오래된 괘종시계를 버리지 못한 건, 과거에 톰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붙잡고 싶어서는 아닐까. 매 순간이 모여 오늘이 완성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 시간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 어린아이에게는 현실 속 판타지를 느끼게 해 주고, 어른들에게는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