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출판사서평]
- 희로애락을 가진 11살 소녀와의 공감
‘아이들은 인생의 흉한 일들을 알 필요 없단다. 앞으로 그럴 시간은 많아.’ 전에 할머니가 했던 말이다. 할머니는 오빠랑 내가 보는 책과 영화에 슬프거나 잔인한 내용이 나오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그건 너무 바보 같다. 아이들에게도 슬픈 일은 늘 일어난다. 기르던 개가 죽고, 부모가 이혼하고, 단짝 친구한테 버림받기도 한다. 비열하고 악랄한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도 있다. -182쪽
이 책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는 11살 머시가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희로애락)을 잘 그리고 있다. 명문 학교에 오게 된 머시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지만,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여자아이들의 대장인 에드나가 전학 온 남자 애 때문에 머시를 시기, 질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시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사춘기에 접어 든 다른 여자애들은 땀 흘리길 싫어한다. 부자들이 많은 학교에서 있는 체 하기도 쉽지 않다. 머시의 학교생활은 수많은 사건이 등장하고, 그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흐른다. 사춘기에 갓 접어든 소녀의 분노와 좌절, 슬픔, 또 즐거움과 행복함 등의 감정이 진실하게 드러난다.
작가 메그 메디나는 주인공 머시 외에도 주위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표현이 풍부하여 독자들이 책 속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어린이에서 이제 청소년으로 접어드는 아이의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 묘사가 탁월하다. 여자 아이들과의 우정과 질투, 남학생에 대한 관심, 가족으로부터 인정과 사랑, 책임감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머시가 점점 커 가는 모습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특히 가족 중에서 가장 마음에 맞고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의 슬픔과 분노, 두려움에 대한 표현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를 만들고 있다.
- 우리들과 많이 닮은 가족 이야기
‘우리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여기 산다고?’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할아버지 집에는 마늘과 양파와 계피 냄새가 난다. 저녁에는 할머니가 즐겨 보는 드라마 소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들려온다. 할아버지의 신발은 언제나 부엌문 옆에 있다. 두 분이 없다면 엄마가 늦게 올 때 누가 요리를 하고, 누가 쌍둥이를 볼까? 대체 누가 정원을 가꿀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뇨. 우리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여기 안 살아요.” - 246쪽
전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 사는 모습은,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 머시 수아레스의 가족은 더욱더 우리네 가족들과 많이 닮았다. 삼대가 모여 사는 머시네 가족은 서로 간섭도 많고, 챙겨주는 것도 많으며, 함께 하는 것도 많다. 심지어 아빠는 어느 정도 보수적이고, 여동생과 오빠는 티격태격하며, 할머니는 손자 손녀의 모든 것이 걱정스러워 잔소리를 하고, 함께 사는 고모는 머시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며 참견하고,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의 말에 오냐오냐 하며 귀를 기울인다. 정말 한국 가정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에 이국적인 풍경이 그려지지만, 등장인물의 행동과 마음은 쉽게 이해가 되고, 공감을 한다.
또한 이 책의 이 책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머시와 할아버지 관계이다. 머시가 할아버지가 갑자기 하는 이상한 행동들을 겪고, 그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머시의 마음을 한국의 많은 아이들도 쉽게 공감할 것이고 큰 울림을 받게 될 것이다.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들의 양육에 도움을 주면서 애착관계를 형성한 경우도 많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지내는 시간도 길어졌기에 머시의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아이들은 쉽게 공감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탄탄한 구성과 유머러스한 문체의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소설
오, 맙소사. 내가 말리기도 전에 오빠는 농장 비료가 호수로 흘러 들어가고 결국 바다에 독성 해초가 번성하면서 몇 년 전 해변이 폐쇄되었다는 것까지 설명한다. “그 끈적끈적한 초록색 해초는 방귀 냄새가 나고 하루 만에 두 배로 불어나.” ‘처음 보는 애한테 이런 소리를 늘어놓다니.’ 마이클의 머리가 폭발하기 전에 내가 뒷자리에서 한마디 한다. “하지만 해변에 가면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그러고는 오빠의 운전석을 힘껏 걷어차자, 오빠는 다시 음악을 고른다. - 269쪽
『머시 수아레스, 기어를 바꾸다』는 요즘 어린이 책들과 비교할 때 두꺼운 편이다. 432쪽이나 되는 두께에 아이들은 처음에 겁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앞장을 넘기다보면, 흡입력 있는 구성에 쉽게 머시의 일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메그 메디나는 머시라는 아이를 완벽하게, 또 머시의 가족과 친구들을 입체적으로 구성하여 표현하고 있다. 실제 존재하는 아이의 행동과 감정을 쫓아가듯,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풍부한 표현을 통해 독자와 공감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사춘기 소녀의 툭툭 내뱉는 말과 행동에는 독특한 유머가 있다. 그래서 책장은 쉽게 넘어 간다.
이 책은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어린이 소설로 분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10살 초등학생부터 99세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읽을 수 있는 온 가족 소설이다. 10살 아이도, 30대 아이 엄마도, 99세 할아버지도 이 책을 읽는다면 똑같은 큰 감동과 행복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감동의 모습은 다르다. 10살 아이의 눈에 비치는 머시의 모습과 아이의 엄마가 느끼는 머시의 모습,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의 눈에 비친 머시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이 책을 읽으며 반추하게 되고, 그 경험만큼 이 책이 주는 감동도, 행복도 다를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이 책은 ‘미래의 고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