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코흘리개 시절부터 엄마의 폭력과 압박으로 기죽어 살고 가족에 무관심한 아빠에게서 무시를 당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엄마의 이유 없는 폭력에 눈치를 보며 왜곡된 가족관계에서 살다보니 상식과 몰상식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저 식탁 위에 놓인 엄마의 나이프가 옆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진저리를 쳐야 하는 비정상적인 가정.
그러던 중 열한 살이 되던 해 아이는 목에서 혹을 하나 발견하지만 수술을 하지 못합니다. 수술비가 없어서입니다. 집이 가난해서가 아니라 부모가 사치와 향락을 즐기느라 아이의 수술비까지 낭비를 해서입니다. 더구나 아이의 아빠는 의사인데 말이죠. 그렇게 3년이 지나고 겨우 수술을 받게 되나, 늦춰진 시간 때문에 아이는 성대 한 쪽을 잃어버린 채 병원을 나서게 됩니다.
잔잔한 일러스트로 감동을 주는 작가 David Small의 자전적 그래픽노블 《Stitches》입니다.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은 매양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풀어내면 수십 권짜리 대하소설이라고 말씀하시죠. 위인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역정을 풀어내려 해도 방대한 대하소설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런 걸 감안하면 저자 David Small은 그래픽노블이라는 매체 하나에 인생을 녹여냈으니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어쩌면 그래픽노블이기에 가능한 지도 모르겠네요.
《Stitches》는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실제 저자의 어머니 사진을 보면 굉장히 미인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할멈같이 묘사되고 있는데요, 그가 느낀 엄마의 내면을 그린 게 아닐까 싶어요. 언제나 사랑만 줘도 자라도 모자랄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건 무슨 정신일까요? 안타까움에 가슴이 무너질 것만 같아요.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