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부정 감정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
지금 필요한 건 마음을 추적하는 시간이다!
천천히 오라면서 빨리 걷는 사람들.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 못지않게 맡은 일을 성실하고 완벽하게 해내려는 욕망도 큰 사람들. 이런 모순적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바로 대한민국이다. 하루는 국위선양 뉴스를 보며 벅차올랐다가, 하루는 불법 주차와 지옥철을 겪으며 환멸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뒤처지지 않겠다는 욕심이 때로 강박처럼 느껴지면서도, 그 속도를 좀처럼 내려놓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고각성 사회 안에서, 강박 과잉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자주 잊어버린다.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 사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과 내가 만족하는 기준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도, 기회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날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시시각각 공유되는 이 사회 안에서, 누군가는 분노를, 누군가는 무력감을, 또 다른 누군가는 끝없는 비교와 불안을 짊어진 채 하루를 버틴다. 이렇게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쌓이면 서로가 더 예민해지고, 부정 감정은 사회 전반을 조용히 잠식한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그 시작이 추적, 즉 트래킹tracking에 있다고 단언한다. 건강 앱이 걸음 수와 수면 데이터를 꾸준히 기록해 몸의 신호를 읽어내듯, 인지심리학은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감정의 흔적을 추적해 마음의 구조를 파악한다. 현재의 흐름에 올라타는 팁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지나간 마음을 끈질기게 되짚어보는 시간이다. 무심히 지나간 일상을 돌아보고, 고민의 실마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과정이 곧 이 책이 말하는 ‘마음 트래킹’이다.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은 단순한 심리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키워드를 엔트리 삼아 독자의 마음을 연다. 그다음 저자 특유의 유쾌하고 솔직한 에피소드와 최신 심리학 이론으로 그 감정의 뿌리를 촘촘히 추적하고, 마지막으로 엑시트에서 명쾌한 심리적 해법을 제시한다. 문화학·사회학의 흐름을 살피는 한편 도파민 보상 회로의 구조, 외상 후 울분 장애PTED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차이, 문화 지능과 정체성 형성 이론 등 국내외 연구를 단단하게 엮어낸 글에서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감정의 구조, 심리의 작동 방식을 발견하게 된다.
책이 추적하는 키워드들은 낯설지 않다. 준비와 노력의 기간까지 휴식으로 오해받는 ‘쉬었음’ 청년,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심리적 고통을 받는 이들의 ‘외모 정병’, 콜포비아와 젠지스테어, 도파민 중독과 수면 부족 등 한 번쯤은 ‘이건 내 이야기’라고 느꼈을 법한 키워드들이 10개의 장에 걸쳐 펼쳐진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추적을 시작하는 트래킹처럼, 저자는 지금 자신에게 가장 와닿는 키워드부터 펼쳐 읽기를 독자에게 제안한다.
이처럼 도서 기획을 바탕으로 21세기북스와 사피엔스 아일랜드가 공동 제작한 유튜브 시리즈가 사피엔스 스튜디오 채널을 통해 선공개되었다. 영민한 관찰, 따스한 솔루션으로 많은 이의 호응을 얻은 시리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출간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생겨났다. 많은 시청자의 폭넓은 공감을 사고 있는 만큼, 책 속 문장을 읽고 시청하면 핵심 내용을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생각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심지어 매일, 순간순간 바뀌는 자신의 감정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 발 딛고 살아가는 한국이 격일, 격주로 좋아졌다가 싫어지는 사람들이라면 꼭 맞는 위안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트렌드와 밈, 사회적 이슈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면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 급속과 과속을 넘나드는 사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독자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 속으로
▶ 우리가 겪는 심리적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멀리서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우리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이미 회복의 단서가 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예민해졌는지, 왜 늘 쫓기듯 살아가는지, 무엇이 우리를 끊임없이 각성 상태로 밀어넣는지 그 배경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그래야 감정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한 뒤 선택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11p, 프롤로그_감정 보호구역입니다, 서행하세요
▶ 이 두 개념의 차이는 분명하다. PTSD가 공포·불안·무력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PTED는 분노·원망·억울함·복수심 같은 ‘부당함’에 관한 감정이 주된 요소다. 전자가 ‘나는 언제든 다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확산시킨다면, 후자는 ‘이 일은 부당했고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하며 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한다.
24p, 1장 만성울분_생존의 상처 PTSD, 존엄의 상처 PTED
▶ 도파민 중독의 핵심은 욕망이 아니라 인내의 붕괴다. 우리가 도파민에 취약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너무 쉽게 즉각적인 만족을 얻었던 탓, 이에 너무 오랫동안 익숙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좀처럼 기다리지 못하는 마음 상태가 지속되면 중독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71p, 2장 도파민국_자극, 보상, 기대라는 무한루프
▶ ‘필요하다’는 말과 ‘일하고 있다’는 말은 같은 의미일까? 여기서 말하는 ‘일하는 사람’은 ‘필요한 사람’에 비해 훨씬 좁은 개념이다. 무엇보다 ‘일하고 있다’는 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은 지나치게 협소하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우리는 그 좁은 범주의 일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모든 준비 과정마저 ‘쉬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쉬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속도를 늦추거나, 지켜보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일 뿐이다.
134p, 4장 ‘쉬었음’ 청년_니트족과 문화지능
▶ 이제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수면 루틴’을 강요하는 태도가 아니다. 자기 생체리듬과 생활 방식에 맞는 수면 패턴을 찾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언제 일어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깨어 있는 시간에 얼마나 제대로 사고하고 판단하느냐다. 성공은 특정 시간대의 소유물이 아니다. 나만의 시계에 맞춰 살아갈 때 내 능력은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
177p, 5장 수면경시_잠을 줄이면 인생이 늘어날까?
▶ 타인의 선망과 감탄에 의존하는 삶을 살다 보면 회피 동기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부정적 경험에 집착하면서 점점 더 자신감을 잃고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다. 외모를 가꾸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나다움을 강화하고 자신감을 얻기 위한 접근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차별받거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기 위한 회피 동기로 기울면 외모 관리는 그저 강박적 행동이 된다. 당연히 나의 다른 장점을 발견하고 강화할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200p, 6장 외모 강박_시선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
▶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정의하는 법을 배우거나 연습하지 못하면 존재론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때의 정의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직업이나 나이처럼 고정된 명사적 속성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재의 나를 형성하는 가치관과 역량을 변화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조작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263p, 8장 정체성의 빈곤_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
[목차]
프롤로그
감정 보호구역입니다, 서행하세요 004
1장 만성 울분: 생존의 상처 PTSD, 존엄의 상처 PTED 017
2장 도파민국: 자극, 보상, 기대라는 무한 루프 053
3장 충동성: 참지 못하는 사람을 참아내는 방법 089
4장 ‘쉬었음’ 청년: 니트족과 문화 지능 121
5장 수면 경시: 잠을 줄이면 인생이 늘어날까? 157
6장 외모 강박: 시선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 189
7장 대면 기피: 콜포비아와 젠지스테어 사이 221
8장 정체성의 빈곤: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하는 사람들 253
9장 불싯 제너레이터: 가짜 속 진짜 찾기 게임 287
10장 이분법의 함정: 가부장제가 만든 편견 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