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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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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3904
ISBN
9791141603021
페이지,크기
352 , 133*200mm
출판사
출간일
2026-02-20
이 도서의 태그
  • # 오열북
[출판사서평]
“저 아름다운 분홍빛 구름을 보세요. 마치……
불행으로 만들어진 솜사탕 같지 않습니까.”

소설의 무대는 지상으로부터 1.5킬로미터 떨어진 상공에 정체불명의 오염물질로 이루어진 분홍빛 구름이 생겨난 세계다. 그로 인한 사람들의 아우성에 드디어 부응하듯, 정부가 인공 강우제를 살포해 구름을 철거할 거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그간 구름 철거가 유보되어온 까닭은 그 위에 최하위계층 사람들이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땅 사람들’과 구분되어 ‘구름 사람들’이라 불린다.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인프라와 일자리는 땅에만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구름 사람들은 긴 사다리를 이용해 하루에도 몇 번씩 공중을 오가야 한다. 구름에서 나고 자라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주인공 ‘하늘’은 부모와 병든 할아버지, 그리고 어린 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도처에서 노골적인 차별을 겪고, 이제 생존까지 위협받는다는 사실은 하늘을 비롯한 구름 사람들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 그들에게는 막연한 미래의 문제보다는 당장의 빈곤과 맞서는 것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제시되는 익숙한 형태로 상상되곤 한다. 반면 『구름 사람들』은 독자적으로 구축한 세계의 방식에 따라 가난을 다른 형태로 제시하고, 이를 은유적으로 실제 현실과 연결시킨다. 예컨대 구름 사람들은 햇빛에 더 가까이 노출되어 피부색이 다르다거나, 지면과 분리된 탓에 늘상 물과 전기가 부족하며, 고도가 높아 추위와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된다는 점 등은 계급차로 인한 실제 사회문제를 상기시킨다. 그렇게 작가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 위에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유려하게 덧씌우고, 둘 사이의 낙차로 인한 낯선 충격을 선사한다.
강우제 살포설이 점차 실제화됨에 따라 구름 사람들은 차츰 와해되어간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하늘이 주변의 조건에 쉬이 굴복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성격이 강조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는 일상을 지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는 ‘구름 사람’이라는 견고한 자기 정체성이 존재한다. 하늘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누구보다 똑바로 자각한다.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안위를 살피고 점검하며, 구름에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을 철저하게 구별해내고, 땅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는 꼿꼿함을 내보인다. 철없는 낭만을 좇아서는 존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지하고 있는 하늘이 남몰래 꿈꿔온 희망이 하나 있다면, 구름 위 이웃이자 동갑내기인 ‘원’과 함께 도망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원과 누려 마땅한 우정의 단계를 건너뛰고 욕망의 대상으로 함부로 대해질지언정, 약육강식 사회의 잔혹한 울타리 안에서 하늘과 원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다. 가족, 신념, 그리고 원. 타인의 도움을 구걸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삶을 개척하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이 가치들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하늘을 계속해서 살아가게 한다.

“흐릿하다가도 순간순간 되살아나 생생해지는 고통, 고통들.
묻고 싶었다. 당신의 상실도 내 상실과 같은지.”

그러나 삶을 긍정할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한평생 곁에서 함께해왔던 가족들을 차례로 상실하며 하늘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폐병 때문에 꾸준히 비싼 약을 타 먹는 할아버지에게 호전은 찾아와주지 않고, 더 큰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선 엄마는 행방이 묘연해진다. 원대한 포부를 갖고 데모를 일으킨 아빠는 그로써 더욱 위험한 발상을 품게 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생존을 위해 애쓰는 행동이 되레 자신 혹은 타인에게 비극을 불러오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하늘은 살 집을 마련하려 거리에서 분투하던 끝에 가장 커다란 불행 하나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노력할수록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되는 이 역설적인 회귀는, 뿌리깊은 자본주의의 비극이 개개인의 몸부림만으로는 결코 극복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그렇게 도달한 소설의 결말부, 모든 믿음과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하늘의 새 삶이 건설되려 한다. 바로 자신이 그토록 기피해왔던 방식, 남 앞에 불행을 대상화하고 전시함으로써 계급적 가난의 굴레에 기꺼이 스스로를 편입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다. 비극을 동력으로 삼아 자립할 수 있게 돕겠다는 다큐멘터리 피디 노을의 제안 앞에서, 하늘은 구름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삶을 재건할지 말지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국 사회의 최대 난제로 지목되어온 빈부의 문제를 앞서 생생하게 그려낸, 잘 알려진 다른 작품이 있다. 바로 1978년에 발표된 조세희의 중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집이 철거될 위기에 처한 채 소외되고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난장이 가족’의 현실을 이어받아, 『구름 사람들』은 배경이 ‘땅’에서 ‘구름’으로 옮겨갈 만큼 세상이 급변했음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펼쳐내 보인다. 4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불어 현대적이고 사실적인 설정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구름 사람들』은 당시의 「난쏘공」이 이루었던 성취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자본주의의 차가운 논리를 체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처참하리만치 매끈한 『구름 사람들』의 결말에 다다른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재독할수록 선명해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불행을 타고난 자로서 줄곧 불길한 예감을 기민하게 탐지해온 하늘이 정작 자신의 삶이 정확히 어디에 가닿게 될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비정하고 매정했던 처음의 하늘과, 모든 불운의 과정을 통과한 뒤의 하늘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비로소 아주 유약하고도 평범한 이십대 청년의 모습으로 남겨진 하늘과 마주하면서, 명치끝에서 덜걱대는 불편함을 느끼며 우리는 소설 속 모든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려놓고 싶다는 회귀의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전체를 해독하는 것은 물론 우리만의 몫이다. 하늘은 이제 모든 것을 잊겠다고 결심한 참이므로.

내게 『구름 사람들』은 이 ‘말이 되지 않음’에 바쳐진 소설로 보인다. 물론 이 소설은 무엇보다 빈곤에 대한 이야기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도 말이다. (…)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말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며, 그것은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만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오하늘이 분홍빛 구름의 끄트머리에 묻어두었던 상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 모든 비극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믿는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어쩌면 『구름 사람들』은 “불행하고 나쁜 것으로만 가득차 있”는 세상에 묻힌 상자와 그 속에 잠들어 있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_강보원(문학평론가)

저자의 말

이 소설을 마무리하고 나서 내내 조금씩 괴로웠다. 『구름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길고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다. 내가 오하늘을 이렇게 만들어 내놓는 바람에 이 우주 어딘가에 한 사람어치의 새로운 불행이 존재하게 됐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나.
(……)
미안해.
마음속 세계에 대고 그렇게 말하면 하늘은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목차]
1부 구름 _7
2부 하늘 _123
3부 땅 _267
에필로그 _334

발문 | 강보원(문학평론가)
말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주어진 삶 _337

작가의 말 _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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