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편집자의 소개글
아트 가펑클의 ‘Traveling Boy’를 다시 듣습니다. 오래전, 이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울었던 어두운 새벽이 있었습니다. 나는 가끔 이 노래를 들으며 그날의 절망을 되살리곤 합니다. 삶의 결정적 순간들을 반복해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에르노는 서른 살 가까이 어린 ‘젊은 남자’와 그 여정을 함께합니다. ‘젊은 남자’는 아니 에르노라는 삶의 독자가 되고, 우리는 그들의 체험의 독자가 되며, 작가는 자기 자신을 낱낱이 해체함으로써 그 경험을 다시 한번 낯선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젊은 남자』를 읽고 난 지금, ‘Traveling Boy’가 환기하는 나의 기억 또한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순수하고 절박하기만 한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니 에르노는 절대 실눈을 뜨는 법이 없는 작가였죠. 그런 면에서 『젊은 남자』는 아니 에르노만이 쓸 수 있는 글이고, 가장 아니 에르노다운 글입니다. 텍스트를 향한 작가의 집념과 실험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편집자로서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당신의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편집자 이승희)
옮긴이의 말
『젊은 남자』는 30여 년 전 작가 자신의 불법 임신중절 수술 경험을 다룬 『사건』을 쓸 수 있도록 이끈 ‘사건’을 다룬 텍스트로 이해할 수 있으며, 『세월』에서 몇 페이지에 걸쳐 언급한 이야기의 확장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기억과 시간, 사랑과 글쓰기에 대한 아니 에르노 문학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텍스트가 짦은 만큼 그 밀도 또한 대단히 높다. 우리가 아니 에르노를 읽는 이유는 작품 속 인물을 하찮은 가십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데 있다. 더군다나 작가에게 이 ‘젊은 남자’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느’처럼 기억의 전달자이니, 우리 역시 텍스트 안에서의 ‘젊은 남자’가 맡은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이 독자로서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프랑스 언론 리뷰
글쓰기에 대한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성찰. 작가의 모든 문학적 스타일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를 강력하게 응축해 증류한 단 한 권의 책. 자기 자신만의 글쓰기와의 경이로운 대화. 아니 에르노는 경험의 본질적인 측면들을 놀라울 정도로 심플하고 밀도 있게 강조한다. _롭스(L’Obs)
아니 에르노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이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나만의 아니 에르노라는 보물 상자 속에 담고 싶은 진귀한 보석이기에. _엘르(Elle)
아니 에르노는 진정 정치적인 작가이다. 『젊은 남자』는 아니 에르노가 문학에 가져온 혁신을 보여준다. 글쓰기의 길로 작가를 다시 돌려보내는 사랑의 형상.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핵심. 프루스트적 글쓰기로 자신의 모든 작품을 집약한 완벽한 미니어처. _레 앵로큅티블(Les inrockuptibles)
이 짧은 텍스트 안에 작가가 다루어온 모든 주제가 담겼다.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 글쓰기로 시간의 문을 열다. 단호하고 정교한 이야기. 반복이라는 잔인한 측면과 유한성의 발견. 작가의 첫 번째 책을 발견한 바로 그 순간처럼 읽게 된다. _르몽드
사랑 이야기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그 이야기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이끈다. _리르
줄거리
자신의 삶을 글쓰기의 소재로 삼는다고 강조해온 아니 에르노는 최신작 『젊은 남자』에서도 삶의 한 시절을 담아낸다. 30년 전 불법 임신중절 수술에 대한 책을 내자고 결심했으나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던 작가는, 팬을 자처하며 편지를 보내오던 한 대학생을 만나게 된다. 그 ‘젊은 남자’가 사는 곳은 다름아닌 자신이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루앙, 더군다나 그의 집은 불법 임신중절 수술 이후 출혈로 이송된 병원 바로 옆이다.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과거의 삶을 두루 돌아다니며 반복의 쾌락과 슬픔에 젖던 작가는 이 같은 반복이 결국 죽음을 연상케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오래전 임신을 중단했듯 그와의 관계를 끊어내고, 30년 전 불법 임신중절의 경험을 다룬 『사건』을 집필하기에 이른다.
추천사
사랑은 사실 세 사람이 하는 것 아닐까. 당신과 나.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또 다른 나. 아니 에르노는 이 응시에 관한 대가다. 그의 책들을 읽어나갈수록 사랑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이 바로 응시임을 기억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 안다. 세계가 어떤 시선을 반복적으로 건네는지 안다. 그런 세계를 향해 아니 에르노가 돌려주는 것은 자신의 시선이다. 무엇을 응시해왔는지 세계가 알아차리게 만든다.
아니 에르노로부터 시선의 권위를 배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무뎌진다고 착각하기 쉬운 온갖 욕망을 사치스럽게 다루는 법도 배운다. 유감스럽게도 쾌락과 고독은 함께 간다. 쾌락이 두 개면 고독도 두 개가 된다. 그러므로 쾌락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떤 작가들은 쾌락 속에 지식이 있음을 안다. 그들은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야기를 알아보고 기꺼이 그것을 겪기로 한다.
자신보다 서른 살 가까이 어린 남자, 세대도 지역도 계급도 다른 이 타인과 함께 자기 삶의 모든 나이를 두루 체험하며 돌아다니는 이 여자에게 어떻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첫 페이지부터 빨려들어가며 읽다가 마지막 문장은 너무 좋아서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무엇이든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에르노처럼, 다음 장을 향해 홀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서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 이슬아 (작가, 헤엄 출판사 대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니 에르노 글쓰기의 근원이기에 『젊은 남자』는 무척이나 중요한 책이다. 작가 스스로 ‘계급 탈주자’라 명명했던 상황을 거꾸로 돌이키고 있다는 데에서 이 책의 매력을 발견한다.
- 아르노 비방 (문학평론가/ 작가)
[목차]
젊은 남자 9
Le jeune homme (프랑스어 원문) 47
옮긴이의 말 83
작가 연보 95
추천의 말 (이슬아 작가)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