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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흩어지고 마는 나직한 목소리들
무력하고 연약한 존재들의 말소리
“각자 어떤 식으로든 감정적 소용돌이에 시달리는, 각자 가부장제 사회 속 자신의 자리로 인해 궁지에 빠지고, 고립되고, 불안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그리고 자신들이 겪고 있는 것을 표현할 언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들.”(80~81쪽)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두 여성의 우정을 그려내는 이 소설에는 여성들의 말소리가 가득하다. ‘나’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나이 들어가는, ‘잃어버린 시절’을 애도하는 여성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지만,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듯이” 나이 듦을 부인하다 불현듯 노년이 되어버린다. 여성들에게는 인생이 좀 더 “고약한 장난”을 치기도 한다. 젊음과 아름다움에 바쳐지는 상찬들, 원하든 원치 않든 쏟아지는 관심과 애정,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낯설고 새로운 사람,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누구도 ‘그런 식으로는’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관심은 무력하고 연약한 다른 존재에게로도 향한다. 상처 입은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에게도. 창밖으로 인파를 물끄러미 내다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가려내듯 소설은 스쳐가는 말소리, 흩어지고 마는 나직한 목소리를 건져내 그 고통과 상실을 어루만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평생을 적확한 단어를 찾으며 보낸 ‘나’와 ‘나’의 친구는 더 이상 언어가 중요한 뭔가를 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힘겹게 찾아낸 언어가 상투적인 말들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암 환자들의 자조 모임에서 한 여자는 남편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내심 기다린다고 털어놓는다. 여자는 진실을 대면하고 용케 말로 끌어냈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즉각 부정한다. 그런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위로가 되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진실을, 내가 지금 겪는 바를 말하기 위해 매번 고군분투한다.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 고통”이 거기 있고, 그것을 내가, 남이 이해해야 하기에.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
누군가를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166~167쪽)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찾아낸 말들이 닿으려고 하는 곳은 타인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언어는 실패하기 마련이므로, 자신이 아는 의미를 다른 이들에게는 전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도,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으며 시작한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그리고 “기꺼이 마주 앉아” 낯선 외국어와 같은 그 말들을 듣는다. 그렇게 타인의 고통을 살피고 세계의 진실을 마주한다. 그러려고 애를 쓴다.
‘나’의 전 애인은 말한다. 이제 이 세계가 지속되리라는 앎은 우리에게서 사라졌다고. 파국은 바로 앞에 와 있고, 그 파국에서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은 면제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죽어가는 ‘나’의 친구는 말한다. 내가 없는 이 세계가 이제 끝나리라는 전망이 죽음을 앞둔 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이 지속”된다는 위안마저 없다면 정말 견딜 수가 없으리라고. 그 위안 없이 우리는 제대로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으리라고.
‘나’와 친구는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이 될 죽음을 향해, 함께하지만 어느 때보다 혼자인 채로 떠난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은 말조차 불필요한 강렬한 유대를 쌓고 “난파당한 후 뗏목을 타고 표류하는” 두 사람처럼 서로에게 기대게 된다. 그렇게 결국 애를 쓴다.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고통은 무엇이냐고 묻고, 가망 없는 채로도 서로를 부여잡고,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할 적확한 단어를 고르며, 애를 쓴다. 그리하여 우리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소멸하더라도,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세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도록, 서로의 삶이 지옥이 아닌 견딜 만한 것이 되도록. 소설의 마지막은 말한다. 애를 썼다.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목차]
1부
2부
3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