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말하면 더 그럴싸하다고요."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예소연 신작 소설
서로의 귀에 슬픔을 속삭이는 사람들의 무해한 재잘거림과 다정한 연대
등단 4년 만에 최연소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혁명적 신인'. "사랑이 전부인" 세상의 이야기를 눈부시게 선사하는 사랑의 파수꾼 예소연의 신작 《소란한 속삭임》이 위즈덤하우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된다. 보다 일찍이 이효석문학상, 문지문학상,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한국문학을, 소설을 믿게 만드는" 이야기를 성실히 그려왔다. 상황의 떠들썩함을 모두 이해한다는 듯 조금 더 고요하고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소란한 속삭임》은 자기만의 평정을 영리하게 찾아가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작가의 노련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회사에 있는 아홉 시간보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 보내는 한 시간을 더 끔찍해하던 '모아'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구는 남성에게 거침없이 맞서는 '시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남성이 시끄럽다는 것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시내'는 '모아'에게 대뜸 "모임에 들어올 자격"을 부여한다. 홀린 듯 역 근처 벤치에 앉아 '시내'의 이야기를 듣던 '모아'는 그 모임이라는 것이 그러니까, 명칭은 '속삭이는 모임'이고 회원은 자신과 '시내' 단둘뿐이며, 손을 세우고 입을 가린 다음 반드시 비밀이 아닌 것들을 속삭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날, 모임의 존속을 두고 회원 유치에 나선 '모아'와 '시내'는 명동역 4번 출구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50대 여성 '수자'를 영입하지만, 가만히 앉아 대화하는 건 도무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수자'는 조건부 입회를 제안한다. 조건은 바로 속삭이는 일에 "시끄럽게 구는 훈련"도 번갈아 하자는 것.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임 활동 속에 '모아'는 우리가 모이게 된 이유를 의심하게 되고, '시내'의 집에 초대받은 어느 날 새벽 쾅쾅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확신을 얻게 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고요한 이 모임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란한 속삭임》 은 한마디로 "마음을 쓰는 게 잘 안 되는 사람"과 "그런 사람들의 어찌할 수 없음에 마음이 가는"(〈예소연 작가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무해한 재잘거림이자 다정한 연대다. 《영원에 빚을 져서》 속 주인공 '동'이 어찌할 수 없어 깊은 슬픔에 잠긴다면, '속삭이는 모임원'들은 손바닥을 쫙 펴고 입가에 댄 뒤 그 '어찌할 수 없음'을 속삭인다. 그러면 누군가는 귀를 바짝 갖다 댈 것이고, 이내 으쓱한 마음이 들 테니까. 그렇게 알아차려진 다음부턴 '모아'가 그랬듯 "정말 사는 것 같아"질 것이므로. 한적한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참새떼처럼 사랑과 결함, 사랑과 이해, 사랑과 유머, 사랑과 비밀이 한데 섞인 지저귐을 듣고 있자면, 명동역 4번 출구 앞에 서서 '속삭이는 모임'의 일원으로 뽑힐 날을 한 번쯤 기다리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