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앤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늘 `e'가 붙어있는 Anne이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있을 Ann과 다른,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Anne이 될 수 없다면 어떡할까요.
내가 내가 아닌 상황인데, 앤의 한없는 긍정에너지는 더욱 빛이 납니다. 나무 꼭대기에 일렁이는 바람이 될 수도 있고요, 사과꽃으로 만든 궁전의 공주가 되거나 작고 평범한 나무요정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렇게 빛나는 상상의 세상보다 Anne이 가장 좋아하는 건 따로 있어요. 그것은.....
루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을 읽다보면 앤과 다이애나가 꽁냥거리는 대목에서 웃음이 나죠. 그런 마음이 담겨있는 그림책 《If I Couldn't Be Anne》입니다. 예전에 한 번 소개한 바 있는 Kallie George와 Genevieve Godbout의 《Goodnight, Anne》의 후속편이죠. 2020년에 출간된 신작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앤 캐릭터와 비교해서 예뻐졌다는 소리가 나올 법한데, 《Goodnight, Anne》에서 한 번 익숙해져서 그런지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거친 질감의 종이에 색연필로 그려낸 과감한 일러스트가 눈을 시원시원하게 만드는데요, 정말 매력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