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일본 호러문학의 눈부신 신성
가미조 가즈키의 완전무결한 시작점
카렌은 직장 후배에게 대학교 오컬트 연구 동아리에서 개최하는 괴담 발표회에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카렌이지만 후배와의 관계를 위해 참석한다. 발표회가 시작되고, 그 학생이 등장하자 분위기가 바뀐다. 누군가를 찾듯 객석을 둘러보던 학생과 카렌의 눈이 마주치자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괴담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틀 후 늦은 밤, 카렌은 어두운 침실 쪽에서 물에 젖은 걸레를 바닥에 내려치는 듯 ‘철퍽’하는 소리를 듣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소리는 이어지고, 날이 갈수록 무언가가 카렌을 향해 다가오듯 철퍽하는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들린다.
아무것도 아닌 사물을 공포로 변환하는 감각, 뛰어난 이야기 구조, 거듭되는 반전, 촘촘히 깔아놓은 복선의 말끔한 회수 등 책을 덮는 마지막까지 작가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관심도 없는 행사에 따라갔다가 저주를 받게 되었다는 부조리, 괴담을 재현하는 듯 일상을 잠식해 가는 괴현상, 영능력도 특수능력도 없는 인물들과 난데없는 초능력자의 도움으로 괴이의 실체에 다가가 결국 당도한 거대한 진실이 압권이다. 재기발랄한 신인의 등장으로 호황을 맞이한 일본 호러문학계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호러 작가’, ‘눈부신 신성’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미조 가즈키는 평단과 독자의 열렬한 찬사에 힘입어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 콤비가 출연하는 후속편 『폴터가이스트의 죄수』를 출간, 현재 시리즈를 마무리할 세 번째 작품을 집필 중이다.
호러문학을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의 모던 호러
최근 J-호러에 활력을 되찾아준 ‘모큐멘터리’(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만든 픽션)에 영향을 받아 집필을 시작하였지만 가미조 가즈키의 작풍은 그것과는 다르다. 초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검증하려는 학문인 초심리학(parapsychology, ‘소겐 호러 장편상’ 응모 시 제목이 『패러 사이코』였다)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에서, 공포의 대상인 괴이는 퇴치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수집하고 분석하여 해결해야 할 현상으로 다루어진다. 극 중 해결사격인 인물들은 초자연현상이냐 아니냐를 단정하지 않고 그것이 인간의 소행인지, 초자연현상이라면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지 등 객관적으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 애쓴다. 그 점이 되레 현실성을 부여하여 독자에게 실감 나는 공포를 선사하는 것이다.
또한 가미조 가즈키는 고전적인 공포와 현대적인 설정을 호러 외에도 추리, 오락, ESP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 안에서 균형감 있게 그려나간다. “경찰이 개입하기 어렵게, 사람이 죽거나 미치지 않고 ‘사라진다’는 설정을 잡았다. […] 집필 중 줄곧 염두에 둔 것은 ‘현실적인 공포’로, 실재하는 장소를 무대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다.”라는 작가의 인터뷰에서도 이 작품이 호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머릿속을 맴도는 이상한 괴담, 초자연현상에 대한 관심 여부가 정반대인 콤비의 밝고 경쾌한 티키타카, 초심리학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모티프를 작가는 작품 곳곳에 심어 새로운 포맷의 호러로서 차별성을 증명한다. 괴이의 근원이 돌연 대도시 한가운데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J-호러의 큰 흐름인 민속학 호러 비틀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결말에서 독자는 왜 작가가 그토록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끌어안아야 했는지 알게 된다. “무작정 공포를 부추기기보다는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한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제 막 호러문학에 첫발을 들이려는 독자는 물론 호러라는 장르에 심취한 독자 역시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목차]
1부
2부
3부
옮긴이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