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서평]
‘블루’라는 색이 가진 이중성
소설의 원제인 ‘Tout le bleu du ciel’은 우리말로 ‘하늘은 온통 푸른색’을 의미한다. 프랑스어에서 블루(Bleu)‘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맑은 날의 찬란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깊은 우울과 슬픔을 상징하기도 한다.
에밀이 마주한 푸른색은 처음엔 후자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체성이 지워져 가는 공포, 남겨질 가족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억울함이었다. 하지만 조안과 함께 프랑스의 피레네산맥을 넘고, 시골 마을의 한적한 풍경 속으로 잦아들면서 그 푸른색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멜리사 다 코스타는 이 과정을 아주 섬세하고 느린 필치로 묘사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치 에밀이 자신의 기억을 잃어가는 속도에 맞춰,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사소한 아름다움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고독과 고독이 만나 연주하는 화음
이 소설의 백미는 에밀과 조안, 두 사람의 관계에 있다. 조안 역시 깊은 상실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말이 없고, 늘 무언가를 응시하며, 에밀의 병세를 동정하지 않는다. 바로 그 ‘동정하지 않음’이 에밀에게는 구원이 된다.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대할 때 본능적으로 조심스러워지거나 과한 친절을 베푼다. 하지만 조안은 에밀을 ‘환자’가 아닌 ‘여행 동료’로 대한다. 그녀는 에밀이 단어를 잊어버리면 그 빈자리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그가 발작을 일으키면 그저 곁을 지킨다. 두 고독한 영혼이 캠핑카라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침묵을 공유하는 장면들은,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인간과 인간은 연결될 수 있다는 장엄한 진실을 보여준다.
자연, 치유의 가장 거대한 캔버스
에밀의 여행지는 화려한 도시가 아니다. 프랑스 남부의 거친 산맥, 이름 모를 작은 마을, 쏟아지는 별빛 아래의 들판이다. 멜리사 다 코스타의 문장은 풍경화처럼 선명하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피레네의 시원한 공기를 호흡하고, 라벤더 향기가 섞인 바람을 느낀다.
작가는 인간의 고통이 자연의 광활함 속에서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동시에 그 자연이 얼마나 따뜻하게 인간을 품어줄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에밀의 뇌세포는 죽어가고 있지만, 그의 감각은 오히려 자연 속에서 깨어난다. 햇살의 온기, 흐르는 물소리, 갓 구운 빵의 냄새. 치매라는 병은 그에게서 미래를 앗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현재’에 완벽히 머물게 한다.
이제, 당신의 푸른 여행을 시작할 시간
『하늘은 온통 푸른색』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에밀과 조안의 여행은 끝이 나겠지만, 그들이 남긴 푸른 빛은 독자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것이다.
삶이 당신을 속이고,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보일 때 이 책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에밀처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오늘, 내가 만난 가장 푸른 풍경은 무엇이었나?”
이 소설은 독자에게 속삭인다. 당신의 삶은 여전히 눈부시며, 하늘은 여전히 온통 푸른색이라고.
[목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