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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Paperback
정신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눈에 비친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유쾌한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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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29495
ISBN
9791169814157
페이지,크기
488 , 128*188mm
형태
Paperback
출판사
출간일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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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정신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시간, 유년소설이 건네는 통찰과 위로

요아힘이 자란 곳은 북독일에 위치한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으로, 요아힘의 아버지가 처음 이 병원의 원장이 되었을 때 환자 수는 이미 천오백 명에 달했다. ‘주립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이 되기 전에도 이미 백오십 년간 다양한 ‘멸칭’으로 불리며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한 시설이었다. 환자 침대에는 쇠사슬이 달려 있고, 병동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으며, 병동과 병동 그리고 정신병원과 외부 세계는 견고한 문과 높은 담장으로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다. 그 넓고 폐쇄적인 왕국의 심장부에 요아힘 가족이 사는 집이 있다. 요아힘은 매일 아침 등굣길에 늘 같은 곳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여덟 명의 환자를 마주치고, 정신질환의 유형과 강도에 따라 나뉘어 있는 정신병동들 사이를 지나, 병원을 떠나지 않으려는 입원 환자와 입원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환자들로 늘 아수라장인 정문을 통과하여, 경비원에게 인사를 한 뒤에야 병원을 나설 수 있다. 열 살 남짓한 아이가 정신병원에서 자란다는 독특한 ‘설정’은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소설 속 요아힘에게, 실제로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작가 자신에게 정신병원은 ‘집’이다. 열 살 때 참가한 방학 캠프에서 출신지를 묻는 질문에 정신병원 이름을 댔을 정도다. 타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비틀려 있고 짐짓 위험해 보이는 정신병원이 요아힘에게 가장 일상적이고 안락한 공간이며, 안전한 놀이터인 셈이다. 세상에서 격리된 이들이 응집된 곳에서 요아힘
은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요아힘이 갓 학교에 들어간 어린 시절부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 청년이 되어 집을 떠나기까지의 삶을 담은 소설이다. 누구에게나 ‘집’이 세계의 전부이던 시기가 있고 우리 모두는 그 곳을 떠났기에 오늘 이 자리에 있다. 집이 전부이던 시기, 즉 ‘유년’은 과거임에도 어딘가로 휘발되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유년을 있는 그대로 회고하되,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린 그에게는 평범했지만 돌아보면 삶의 가장 눈부신 순간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되었던 감정이,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에야 보이는 커다란 의미가 독자에게도 가닿는다. 그 순간, 유년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삶의 통찰이 된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요아힘의 눈에 비친 ‘어른’들은 환자든 환자가 아니든 그리 다르지 않다. 환자 페르디난트는 몹시 예민해서 남들이 조금만 큰 소리로 말해도 고통스러워하고, 신발을 신을 때도 자기만의 강박적인 루틴을 지켜야 한다. 페르디난트는 세상 누구도, 의사인 요아힘의 아버지조차 모르는 음모론을 오직 요아힘에게만 들려준다. 요아힘은 그의 말을 모두 믿은 유일한 사람이고, 심지어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페르디난트가 나직이 말했다. “나는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냐. 난 다른 사람이야!

“나도!” 내가 감동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나도 다른 사람이야!” (204쪽)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기 일쑤이고, 무언가 어긋나는 순간에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요아힘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하는 아이다. 자신이 선생님들의 골칫덩이이자 가족들의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어린 요아힘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사랑받는 아이가 되고 싶은 욕구를 가졌다.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이해받지 못하던 요아힘은 공교롭게도 세상이 ‘정신질환자’라고 부르는 페르디난트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요아힘이 유일하게 무서워한 환자인 ‘종지기’조차 그저 커다란 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울리는 것 외에는 무해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부터는 그와도 친구가 된다. 그렇다면 환자가 아닌 어른들은 어떨까?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간혹 학생들 앞에서 쏟아내는 교장 선생님이나 일 년 내내 털옷만 입는 영어 선생님의 행동은 환자들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데, 그들은 요아힘을 가차없이 평가한다. 요아힘이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도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한다! 정신병원이라는 폐쇄적인 왕국의 지배자인 아버지는 정작 집에 돌아와서는 활자에 파묻혀 가족들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요아힘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모든 정신질환자의 진솔함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좋은 의사였던 아버지는 정작 외로움에 지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평생 외도를 일삼았다. 무엇이든 글과 말로만 떼우는 아버지 대신 가정에 헌신한 어머니는 그다지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무신경한 남편에게 지칠 때면 발작적인 히스테리를 부렸다. 이들 중 과연 누가 ‘정상’고 ‘비정상’인가?

이 작품 전체가 정상성에 대한 질문이자 유쾌한 풍자인 셈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요아힘은 모든 인간의 면면을 바라보고, 나름대로 이해하려 애쓰되, 그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어린이라는 관찰자만이 보일 수 있는 편견 없는 시선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자신마저 깊이 이해받는 위로를 건넨다.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진 고립되고 외로운 존재다. 그리고 인간이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은 가능하지 않을까?

죽음과 이별, 고통을 건너 그다음 걸음을 내디디다

요아힘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서로 너무나도 다르고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저 같은 곳에 살기만 하는 제 가족을 냉소하게 된다. 더욱이 요아힘이 홈스테이를 떠난 사이, 늘 지적인 허영으로 가족들을 웃게 하던(그리고 요아힘을 자극하던) 둘째 형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형의 죽음에 비통해하는 부모님을 알면서도, 요아힘은 장례를 치르자마자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돌아온 ‘집’은 예전과는 너무나 다르다. 한때는 형들보다 ‘피를 나눈 형제’로 여겼던 반려견도 세상을 떠나고, 자신조차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기묘하고 낯선 존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그렇게 ‘어른’이 된 요아힘이 집을 떠나 직업을 가지고, 서로를
근근이 견뎌 내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끝내 헤어진 채 다시 시간이 흐른다. 요아힘이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간 것은, 아버지가 죽음을 목전에 둔 때다. 요아힘은 모든 것을 잃고도 욕망을 놓지 못한 아버지를, 오랜 세월 어머니를 배신했던 아버지가 병들었다는 이유로 다시 집에 돌아온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순간,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버지와 깊이 포옹하며 잠든 어머니의 모습은, 어린 시절에조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부모’의 모습이다. 그것이 요아힘의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유년과 시간, 죽음에 대한 사유인 동시에 한 가족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가족이란 당연한 듯 서로를 껴안는 사이라는, 뻔하고도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가족이다. 너무나 깊이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몰이해에 분노하고, 그래서 벗어던지고 싶었다가, 세월이 흐른 뒤 문득 불가해함을 ‘함께한 시간’들이 뒤덮었음을 깨닫고 마는 아주 평범한 가족. 요아힘이 자기 가족이 가진 모순과 한계, 그 가족 안에서 자신이 확립되었음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한 시절’이 끝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요아힘은 폐쇄를 앞둔 정신병원을 거닐며 새삼 자신이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이 이미 막을 내렸음을 알기 때문에 치솟는 그리움이다. 그가 한때는 부정했던 자신의 유년과 바로 화해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부서진 기억과 감정의 퍼즐 조각들이 비로소 맞추어져, 요아힘이 비로소 그 ‘집’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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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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