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어릴 때 살던 집은 아파트까지 모두 다락방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과 갖가지 잡동사니가 방치돼있어서 한편으로는 보물창고를 뒤지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즐겨보던 텔레비전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는 금화가 잔뜩 든 가방을 다락방에 그냥 던져두다시피 했는데 우리 집 다락방에서도 그런 금덩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상상도 했죠.
하지만 그것도 집안에 어른이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다락에서 덜컹하는 소리라도 들리면 그때부터는 공포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누가 내려오면 어떡하지? 전설의 고향에서나 등장하던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푼 얼굴 새하얀 귀신이라도 등장할 까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책이나 텔레비전을 봤지만 온 신경은 다락방문으로 향해 있습니다. ^^;;
요즘 아이들이 이런 다락방 자체가 낯선 공간이라서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하지만 마당이 있고 지하실이 있고 다락이 있는 외국의 아이들은 이런 상상과 공포를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요, 그래서 그런 공포를 희석시키기 위한 이야기도 참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Mercer Mayer의 《There's Something in My Attic》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락방에 살고 있는 몬스터를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을 시킵니다.
다락방의 몬스터는 소녀가 잃어버린 테디 베어를 가슴에 안고 있습니다. 마치 카우보이처럼 밧줄을 휘둘러 몬스터를 생포하고 납치된 테디 베어를 구하려 하지만 몬스터도 나름 필사적입니다. 아니, 표정을 보면 몬스터가 소녀를 더욱 무서워해요. 대체 누가 누굴 다그치는 건지 모를 지경입니다.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미지의 공포는 이렇게 즐겁게 읽는 책을 통해서 사라지고 마네요. ^^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