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북 리뷰
지금의 장년층 이상의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며칠 날밤을 세워도 모자랄 것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컴퓨터도 없고 첨단 문명이기도 부족했으며 이렇다 할 놀이기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밖으로만 나가면 모든 것이 놀잇감이었습니다.
구슬 몇 개 고무줄 하나만 있으면 온 동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었으며 그것도 없으면 술래잡기니 뭐니 하면서 동네가 시끄럽게 뛰어다녔습니다. 축구공 또는 배구공이 있으면 옆 동네까지 떠들썩하게 난리가 났고, 그러다 지치면 야산으로 들판으로 달려가 벌레를 잡고 물놀이를 했습니다. 새총을 만들어 사냥도 하고 부러진 나뭇가지에 줄을 매달아 개구리를 잡기도 했습니다. 부족했기에 그래서 더욱 풍요로운 기억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갈 곳을 잃었습니다. 사회는 급속도로 도시화되고 인간관계 또한 삭막해지면서, 더불어 어울리는 시간은 더 이상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을 풍요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다 기껏해야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에 마음을 둘 뿐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은 소위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수입된 제도와 문화에 의한 것으로, 따라서 이미 선진국에서는 애저녘에 벌어졌습니다. 그들에게도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핀의 모험처럼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던 과거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껏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심정은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도록 하고 싶은 마음, 그것을 담은 책이 바로 Conn Iggulden의 《The Dangerous Book for Boys》입니다.
새총을 만들고 덫을 만드는 방법, 토끼를 사냥하고 요리를 하는 법, 카드놀이와 축구 등 각종 게임의 규칙까지 컴퓨터와 비디오게임을 벗어나 몸을 부대끼고 어울려 놀 수 있는 80가지 이상의 노하우를 알려줍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 뽐내며 자랑할 수 있는 지식까지 전해주고 있습니다.
출간과 동시에 영국에서만 50만 권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사랑을 받았고, 각국 언어로 번역되자 세계의 아이들이 열광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왜 이런 책이 이제야 출간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의 처지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 그래서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책은 정말 국적이 없나 봅니다.
by 이글랜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