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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 대신 살 한 근을 요구하는 계약서 앞에서, 법과 자비 중 무엇이 먼저일까.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가 포셔에게 청혼할 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유대인 대금업자 샤일록에게 돈을 빌린다. 담보는 기한 내 갚지 못하면 살 한 근을 내어준다는 조건. 그러나 안토니오의 배들이 모두 손실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빚을 갚을 길이 막히자, 샤일록은 오랫동안 자신을 멸시해온 안토니오에게 계약을 그대로 이행할 것을 법정에서 요구한다. 한편 남장을 하고 법정에 나타난 포셔는 계약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판을 뒤집을 논리를 준비한다. 자비를 구하는 자와 정의를 요구하는 자,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는 결국 계약서의 한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돈과 신의, 편견과 복수가 뒤엉킨 법정 공방을 따라가다 보면, 정의로워 보이는 주장 안에 숨은 이기심과 배제의 논리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를 향한 오랜 멸시가 어떻게 되돌아오는지, 그리고 자비라는 것이 약자의 미덕이 아니라 강자의 선택일 수도 있음을 곱씹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원문과 현대 영어 번역이 나란히 실려 있어 고전 특유의 낯선 표현에 막히지 않고 인물들의 치열한 논쟁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으며, 학생용 해설을 통해 작품의 핵심 장면과 주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