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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Paperback
2024 어슐러 K. 르 귄 수상작 / 2025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2025 VCU 캐벌 신인 소설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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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49085
ISBN
9791193078884
페이지,크기
184 , 125*205mm
형태
Paperback
출판사
출간일
2026-04-01
[출판사서평]
2024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수상작
좀비 소설의 외피를 두른, 기억과 상실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록,
고요하게 폭발하는 상상력의 산물
마거릿 애트우드·켄 리우·천선란 소설가 추천

좀비의 상념으로 쓴, 가장 낯선 방식의 사랑에 대하여

“나는 이래서 썩어버린 몸의 사랑을 좋아한다.”_ 천선란(소설가)

우리는 자신을 연기하는 성격파 배우인 거다. 알아볼 수는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는 자신을 연기한다. _15쪽
나는 놓아야 한다는 감정과 이미 놓아버렸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것이―바로 이것이― 죽지 않은 상태의 느낌이다. _91~92쪽

소설은 화자인 ‘나’의 상념으로부터 시작된다. 왼팔을 잃은 나. 어깻죽지에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 뭔가 이발한 느낌이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화자는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를 떠도는 좀비다. 갈라진 아스팔트, 버려진 자동차들, 달은 늘 보름달인 세계. 종말이 다가올 때 흔히 그렇듯 부흥회가 열리고 난장판이 벌어진다. 죽이고 먹고, 굶주림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무대는 화자의 내면이다.

그 생각의 세계는 유머와 비장함을 오가며, 기묘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름, 의례, 생동력, 기억, 인간성, 굶주림에 대해 사유하며, 죽은 자도 산 자도 아닌 좀비적 감각 혹은 상태를 치열하게 드러낸다. 상실이 누적된 존재이자, 잉여로 영속하며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품은 존재. 주체이면서 대상이 되는 그 감각은 형벌이면서도 어떤 해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자는 죽은 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하고 갈비뼈 아래 몸속에 품는다. 죽었지만 때때로 말을 내뱉는 까마귀. 그 까마귀를 가슴에 안은 순간부터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나’는 서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광대한 대지에 함께 있는 우리는, 바다의 소리와 태양의 온기 속, 하늘 아래, 모래 언덕 위 바람 불지 않는 곳에 함께 있는 우리는, 너무나 작디작아서, 과거에도 미래에도 이토록 함께일 수는 없다. _75쪽

나는 계속 서쪽으로 간다. 모래 언덕에 네가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나는 그곳에 있겠지만.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 나를 통해 너 역시 그곳에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였던 장소에 내가 있으면, 우리는 다시 함께인 것이다. _121쪽

‘나’가 서쪽으로 걷는 것은 ‘너’를 향해서다. 이름도 잊었고 얼굴도 흐릿한, 이미 죽은 연인.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에게 말을 건넨다. 몸이 기억하는 너와의 장면을 내내 추억한다. 그 감각의 잔해들이 나를 구성하는 거의 전부인 양 묘사되고, 그렇기에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 된다. 이름도 팔도 기억도 점차 사라져가면서도 끝끝내 남는 무언가.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대신 굶주림을 갖게 된 거야.”(60쪽) 이 소설 속 ‘나’라는 좀비에게 굶주림은 욕망이 아니라 슬픔의 다른 이름이고, 그 슬픔은 곧 사랑의 증거다.

작가 앤 드 마르켄은 한 에세이에서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를 쓰면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야만 했다"고 썼다. "그래야만 연결이 끊기는 그 끔찍한 상실감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상실 앞에서 스스로를 굳히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기에, 마음을 부드럽게 유지해야 했다고도 적었다. 이 소설의 문장들이 그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을 잃어본 적 있는 마음,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나아가본 적 있는 마음, 혹은 끝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마음. 이 소설은 이 모든 감각에 정확하게 닿는다. 슬픔 앞에서 굳지 않고, 그래도 계속 서쪽으로 걷는 사람의 목소리로.

고요하게 폭발하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좀비 소설의 외피를 두른 이 작품은, 기억이 머무는 무수한 사후 세계와 우리의 과거가 해체되어 가는 기묘하고 낯선 공간에 관한 깊이 있는 명상을 보여준다. _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심사평(마거릿 애트우드, 켄 리우, 오마르 엘 아카드, 메건 기딩스, 카르멘 마리아 마차도)

잃어버린 것들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 _VCU 캐벌 신인 소설가상 심사평

옮긴이의 말

앞에서 언급한 주디스 버틀러의 2014년 연설 〈분노와 슬픔에 관하여On Rage and Grief〉는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와 더없이 잘 어우러진다. (주디스 버틀러의 아름다운 낭독 영상과 전문은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으니 검색해 읽어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이 연설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우리가 처음부터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고 동시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그 관계에 꼼짝없이 묶여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현현한다고 말한다. 상실을 겪었을 때 애도하는 것을 넘어 내가 발 딛고 있는 기반이 사라지고 나라는 존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그래서다.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에서도 여러 번 반복되는 표현처럼, 그런 삶은 “견딜 수 없는 일”이 된다. 주디스 버틀러는 이런 멋진 말도 한다.

만일 내가 너 없이 살 수 있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오직 하나, 말하자면 내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대상으로서 너의 자리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문장이 마치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의 주인공이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나와 나 사이에 있는 공간은 너다. 이것은 미스터리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되풀이되는 듯도 싶다. 주인공을 따라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빈자리를 어루만지며 슬퍼하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체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비폭력으로 나아가는, 슬프고 아름다운 애도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고백하자면 처음 번역할 때는 자연스럽게 서간체를 썼다가 다듬는 과정에서 수정했다. 조심스러움 때문이기도 했고, 어떤 문체를 고르든지 ‘너’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은 흐려지지 않으리라는 합리화도 작용했다. 여하간 처음부터 끝까지 너를 향한 이야기다. 정확히는 그 빈자리에 건네는 말들이다. 이야기는 나와 나 사이에 너라는 공간이 있노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계속된다. 묘하고 모호하게, 그러나 선명한 언어와 강렬한 감정으로.

[목차]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
옮긴이의 말
이 작가의 신간 & 인기 도서
역자 송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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