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주인공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신나게 놀다가 놀이터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아끼는 원피스가 더러워지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순서 때문에 친구랑 다툽니다. 심지어 선생님이 내 주신 단어 퀴즈에서 아는 단어를 틀리기까지 합니다. 결국 나는 “오늘은 정말 나쁜 날이야!”라며 펑펑 울고 맙니다. 이런 내 앞에 시계 요정이 나타나 묻습니다. “왜 자꾸 오늘을 나쁜 날이라고 하는 거야?”하고요.
시계 요정의 마법에 이끌려 나는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놀이터에서 넘어졌을 때 나를 안아준 선생님, 다툰 뒤 나에게 먼저 사과한 친구, 친구들과 함께한 퀴즈에서 큰 활약을 한 모습까지! 그제야 하루 동안 나쁜 일만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누구에게나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게 오늘의 기분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배우며 주인공은 한 뼘 더 성장합니다.
“아이가 하루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사랑스러운 그림책”
국내 아동청소년 발달 분야 명의 천근아 교수가 전하는 ‘회복탄력성의 힘’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만 24개월이 지나면 뇌의 성장으로 어른과 비슷한 수준의 감정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떤 인과관계로 감정이 비롯되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서툴기 때문에 하루를 ‘사건’보다는 남은 ‘감정’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을 특히 오래 기억할까요?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강하고 오래 남는다고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부릅니다. 어른들도 한번 부정적 감정에 빠지면 제자리로 마음을 돌려놓는 것이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 부정적 감정을 능숙하게 다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작은 다툼이나 사소한 실망 하나만으로도 하루 전체를 ‘나쁜 날’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러한 감정 인식이 반복될 경우, 순간의 좌절이나 분노가 하루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으로 굳어질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에게는 나쁜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뒤 하루를 다시 바라보고 기분을 전환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이 ‘회복탄력성’을 가진 단단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천근아 교수는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가 이러한 지점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그림책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아이의 나쁜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하루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며, 다양한 감정 속에서 균형을 찾는 힘을 자연스럽게 길러줍니다. 또한, 이 책이 부정적인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선을 달리하면 하루의 기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전달합니다.
아이가 유난히 작은 일에 감정이 크게 상해 하나요?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해버린다고요? 별것 아닌 잘못을 오랫동안 곱씹고, 무슨 일이든 완벽히 해내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이 다정한 그림책을 읽어보세요. 하루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 생각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힘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 작가의 말]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와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나쁜 날이에요. 친구가 절 놀렸어요."
저는 일단 달래주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영 기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계속해 씩씩거렸죠.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어요.
"오늘은 제 인생(?) 최악의 하루라고요!"
저는 큰 종이에 동그란 원을 그리고 시간을 표시했지요. 아이에게 여기에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 보자고 했습니다. 하루를 함께 돌아보며 나쁜 일이 잠시 있었는지, 나쁜 일이 내내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시계를 한참 보다가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쁜 일이 잠깐 있었어요."
그 후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아이가 울먹일 때마다 큰 시계를 그린 다음 기다려주었지요. 아이는 떠오르는 대로 동그라미와 엑스 표시를 해둔 뒤 잠시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나쁜 일이 좀 있었어요. 근데요, 나쁜 날은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다가, 블록 놀이를 하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면 다 망쳤다고 하는 아이에게 꾸준히 건네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일부에 압도되지 않는 마음을 제 아이뿐 아니라 여러분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하루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답니다. 혹시 유독 힘든 일이 많은 하루라고 느껴졌다면, 여러분도 시계를 한번 그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_글 작가, 정문정
때때로 감정을 급하게 드러내는 성인들을 보고 우리는 "아이 같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그만큼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빠르게 배우고, 놀라울 만큼 깊이 깨달으니까요. 저는 이 그림책에 아이들이 지닌 다양하고 솔직한 감정들을 마음껏 담고 싶었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이 상하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순 없지만 그 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상하거나 기분을 나쁘게 만든 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길 바랍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결정하는 건 결국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어떤 속상한 일이 있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다시 신나는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길 바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아이들이 언제나 마음이 밝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_그림 작가, 피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