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행복의 관계 그리고 행복한 삶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그림책.
행복한 삶이란 어떤 삶일까? 누군가는 자신의 명예와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의 평안과 건강한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만 가지의 행복 중에서도, 물질이 주는 행복에 대한 경계를 《부자와 구두장이》를 통해 전한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손길로 재탄생된 라퐁텐 원작의 이 작품은 1965년 초판 발간 후 지금까지 세계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와일드스미스의 뛰어난 화면 구성력과 색채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행복한 구두장이에게 찾아온 불행
작품에 등장하는 구두장이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구두장이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고, 그가 구두를 고칠 때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웃에 사는 부자에게서 금화 주머니를 받고부터 행복했던 구두장이가 변해 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다 의심스럽고 불안하다. 금화 주머니를 손에 쥔 채 잠도 이루지 못하는 구두장이의 얼굴에는 어느새 불행한 기운이 가득하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구두장이가 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금화 주머니와 맞바꾼 행복
부자가 건네준 금화 주머니에는 구두장이가 난생 처음 봤을 법한 많은 양의 금화가 들어 있었다. 갑자기 많은 금화를 얻게 된 구두장이는 그 금화들이 다른 사람들과 나눌 필요 없이 자기 마음대로 쓰고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소유물이라는 것에 놀라워한다. 그런데 점점 불안한 마음이 든다. 자신의 금화 주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구두장이의 불안한 마음은 결국 금화 주머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구두장이 주변에 아무도 그 금화 주머니에 관심을 갖거나 탐낸 사람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금화 주머니를 숨길 곳을 생각하느라 일도 하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던 구두장이는 결국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하나 둘 떠나보낸다. 그것들은 늘 그의 곁에 머물던 ‘소소한 행복’들이다. 구두를 고치며 느꼈던 일의 행복, 주변에 몰려든 아이들이 전해 준 우정의 행복,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주던 자연의 행복. 손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와 함께 공존하던 행복들이 서서히 그의 곁을 떠나가게 된 것이다. 그제야 구두장이는 그토록 행복했던 자신이 금화 주머니로 인해 불행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길로 부자에게 찾아가 자신을 괴롭히던 금화 주머니를 돌려준다.
소유하는 삶과 행복한 삶의 관계
구두장이처럼 소유한 것에 집착하는 마음과 모습은 경제 활동이 활발한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크든 작든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경계심을 갖고 등을 돌리기까지 한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구두장이의 이야기를 통해 물질에 집착하여 진정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우매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금화 주머니로 인해 점점 불행해져 가는 구두장이의 모습과, 부자에게 금화 주머니를 돌려주고 다시 행복을 되찾은 구두장이의 모습을 비교해 가며, 우리는 진정 행복한 삶이란 어떤 삶인지에 대한 물음의 답을 생각할 수 있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부자와 구두장이》
자연의 소리, 아름다움, 사물의 본질까지 색으로 표현해 내는 것으로 유명한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처음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 이솝 우화, 성경 이야기 등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간결한 글과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으로 다시 엮어 선보였다. 《부자와 구두장이》도 그러한 작품 중 하나로,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과감한 구성 방식과 감각적인 색 표현을 통해 그만의 독창성을 보여 준다.
와일드스미스는 《부자와 구두장이》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색으로 표현했다. 금화 주머니를 얻기 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구두장이의 얼굴을 연한 분홍빛으로 그려 밝고 활기찬 그의 성품을 대변한 것, 금화에 집착하는 부자의 얼굴을 푸르스름하고 어둡게 표현하여 구두장이와 대조적인 삶을 사는 인물임을 암시한 것들이 그러하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인물 크기에 강약을 준 것, 화면상의 여백을 충분히 살린 그만의 독특한 구성 방식은 독자가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하여 작품에 힘을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