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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Paperback
애정어린 목소리로 불러보는 강아지들의 이름과 그 애잔한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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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28308
ISBN
9791141610869
페이지,크기
528쪽 , 130 * 193 mm
형태
Paperback
출판사
출간일
2025-07-17

“전국의 반려인들이여, 이 책을 절대 보지 마시오. 아니 보시오. 아니 보지 마시오. 아니. 몰라 시봉. 그냥 보시오!”

_박정민(배우, 출판사 무제 대표)


방구석의 먼지처럼 작고 애잔한 내 강아지가

유럽 왕실에서 기르던 귀족 중의 귀족 혈통이라니……

너는 어떤 모험 끝에 내게 오게 되었니?

이런 나와 함께 사는 게, 과연 너를 위한 일일까?


이시봉의 보호자 ‘이시습’은 아직 자신만의 삶의 궤도를 확립하지 못하고 방황중인 20대 청년이다. 아버지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후, 시습의 가족들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다. 이시봉을 집에 데려와 “우리집 막내”라 부르며 애지중지했던 아버지의 죽음에 이시봉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이시봉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시봉을 용서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에, 시습은 이시봉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을 때도 집안의 눈치를 살핀다.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술에 의존하게 된 시습은 그 와중에도 이시봉을 꼭 끼고 다니며 보살핀다. 비록 이시봉의 몰골이 시습과 닮아가 꼬질꼬질하고 비루해질지언정.

여동생 ‘시현’과 친구들의 걱정과 안타까운 시선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이시봉과 서로 의지하며 작은 생활반경 안에서 재활을 해나가던 시습 앞에, 어느 날 비숑 프리제만 전문으로 다룬다는 브리딩 업체 ‘앙시앙 하우스’가 나타난다. 그곳의 수석 브리더 ‘미셸 김’은 시습에게 놀라운 말을 한다. 조사 결과 이시봉이 과거 유럽 왕실에서 기르던 고귀한 혈통으로, 이제 세상에 몇 마리 남지 않은 ‘비숑의 왕’이라는 것. 미셸 김은 이시봉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적지 않은 돈을 제안하며, 앙시앙 하우스에는 이시봉을 위한 호화로운 시설과 체계적이고 안락한 케어가 보장되어 있다고 시습을 회유한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 여겼지만, 이시봉과 함께 앙시앙 하우스에 방문하고 업체 대표 ‘정채민’의 뜨거운 애정 공세를 지켜보며 시습은 마음이 복잡해진다. 스스로의 삶에 자신이 없는 시습은 자신이 이시봉의 더 나은 삶을 응원하지 못하고 곁에 붙잡아두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시봉을 향한 자신의 사랑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진실한 사랑인데, 왜 자꾸만 사랑에 우열이 가려지는 것만 같을까? 이시봉의 혈통에 관한 앙시앙 하우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가 어린 이시봉을 입양해올 무렵 남긴 행적을 추적하던 시습은 또 한번 놀라운 사실을 마주한다. 아버지의 지인 중에 ‘인간 이시봉’이 있었던 것이다. 시습, 시현과 함께 ‘시’ 자 돌림으로 지어진 줄만 알았던 이시봉의 이름에 대한 비밀이 풀려나오기 시작하며, 소설은 본격적으로 파란만장한 대서사를 향해 나아간다.



상처 입고 방황하는 인간, 순수해서 명랑한 개

스페인과 프랑스, 한국을 잇는 파란만장한 대서사 속에서

서로에게 둘도 없는 반려가 되어가는 두 존재의 이야기


이후 서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현시점과 가장 가까운 서사는 이시습이 이시봉의 이름에 얽힌 사연을 추적한 끝에 진실과 맞닿는 이야기이다. 시습의 아버지는 과거 공장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한 후, 자신을 대신해 노조 간부가 되어 갖은 고초를 치르게 된 동료 이시봉으로부터 개 농장에 맡겨진 강아지를 담보물 삼아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것이 이 모든 인연의 단초였음이 밝혀진다. 그 강아지를 동료의 이름으로 부르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지켜냈을 아버지의 마음을 확인하는 이 서사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비극과 그로 인한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인간의 개별적인 표정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비숑 프리제 이시봉이 개 농장에 방치되기에 이른 사연은 정채민의 과거 서사와 관련이 있다. 앙시앙 하우스의 정채민 대표는 자신이 이시봉에게 얼마나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피력하기 위해 이시습을 초대해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정채민은 청년 시절 프랑스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가난한 한국인 예술가 부부 ‘김상우’와 ‘박유정’을 알게 된다. 어느 날 그들 앞에 유럽 왕가의 혈통을 지닌 개 두 마리가 나타난다. 정채민, 김상우, 박유정은 애정을 바쳐 돌본 그 개들을 한국으로 들이기 위해 힘을 모으지만, 결국 사랑과 질투와 돈이 얽힌 갈등 끝에 마음이 엇갈리고 만다. 예술을 선망하던 가난한 이들이 꿈과 불화하고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과정, 숨겨왔던 사랑이 오랜 시간을 통과하며 변질되는 과정이 애틋하고도 격정적인 서사 위에 드러난다.

그렇다면 왕가에서 생활하던 비숑 프리제들은 왜 이리도 초라한 계보를 이어가게 되었는가. 그 까닭은 1808년 스페인에서 발발한 민중 봉기와 관련이 있다고 정채민은 말한다. 시곗바늘이 왕정 시대로 되돌아가고, 더욱 먼 과거로 확장된 서사는 스페인 총리이자 왕비의 정부 역할을 하며 민중의 원성을 산 마누엘 고도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약육강식의 시대, 이시봉의 선조 강아지들은 위계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하사되는 정치적 재산이었고, 연모의 마음을 감춘 채 사랑하는 이를 점잖게 만날 빌미였으며, 한 시대를 대표하던 인간을 무너뜨릴 때 그 인간보다 먼저 짓밟을 제물이었다. 마누엘 고도이가 몰락하며 그가 애지중지하던 개들 또한 비참한 말로를 맞는 이 장엄한 서사는 세속적 욕망을 실현할 수단으로 동물의 생명까지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인간의 유구한 잔혹성을 꼬집는다.



지금 기적처럼 곁에 있는

작고 소중한 존재들이 안겨주는

속수무책의 감동


그리고 이 세 갈래 서사가 한데 모이는 지점에서, 상처 입은 채 작은 세계 안에 유폐되어 있던 이시습과 이시봉의 서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시봉이 미셸 김과 정채민의 손아귀에 넘어가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소설은 이시습은 물론 이 이야기를 읽어온 모두에게 깨달음을 안긴다. 이토록 기나긴 시간과 무수한 사연을 거쳐 다른 누구도 아닌 내 곁에 오게 된 존재를 좀더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고. 우리는 반려동물의 행복을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지만, 애초에 누군가의 행복을 그 아닌 다른 존재가 가늠할 수는 없다고. 이제 최선을 다해 이시봉을 사랑할 준비가 된 시습은 이시봉을 되찾기 위해 달려나간다.

물론 비숑 프리제 이시봉은 이시습에게 영영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미지의 존재로 남고 말 것이다. 그 개는 인간이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은 아랑곳없이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요구할 것이고, 본능을 더욱 충족시켜주는 이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눈길을 돌리고 꼬리를 흔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아무것도 모르는 명랑함, 모든 것이 정직, 정직 그 자체이기만 한 아이들”이, “사랑도 투쟁으로 바꿔버리는 신기한 재주를” 지닌 인간과 달리 제 짧은 생을 사랑으로만 채우다가 투쟁 없이 숨을 거두는 개 고양이 새 물고기 파충류 양서류 들이 지금 기적처럼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투명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가족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서로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로 함께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삶의 형태야말로 이기호가 자신을, 타인을, 세계를 소설로 써나간 끝에 도달한 ‘이종異種’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목차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_007


작가의 말 _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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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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