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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 : 카멜 다우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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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번호
320735
ISBN
9788937448638
페이지,크기
540 , 136*210mm
출판사
출간일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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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
그 끝없는 밤을 건너 빛으로 향하는 부활의 여정!

2024년 공쿠르상 수상작 『후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뫼르소, 살인 사건』으로 2015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알제리 작가가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서 다우드는 알제리에서 헌법으로 언급이 금지된 알제리 내전(1991~2002), 이른바 ‘검은 10년’을 정면으로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제리 내전은 1990년대에 정부와 이슬람주의 세력이 충돌하며 약 10년간 이어진 알제리 현대사의 큰 비극이다. 2024년 가을 『후리』가 프랑스에서 출간된 후, 알제리 정부는 “역사 왜곡”을 이유로 이 작품의 국내 출판을 금지하고 금서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곧 작가의 용기, 기억의 정치, 그리고 문학의 윤리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국내외에서 촉발시켰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오브(Aube, 새벽)’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1999년 12월 31일부터 2000년 1월 1일 사이에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의 생존자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밤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된 채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남았고, 그날의 상처로 육성(肉聲)을 잃고 튜브로 숨을 쉬게 된다. 소설은 오브가 뱃속의 아기, ‘후리’라고 이름 지은 딸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이 뜻밖에 찾아온 아이를 두고 고뇌에 빠진다. 여성의 삶이 고통인 이곳에, 역사의 비극을 깨끗이 지운 이 나라에 아이를 태어나게 해야 하나? 답을 얻기 위해 그녀는 충동적으로 순례를 떠난다. 모든 악몽이 시작된 고향 마을로, 학살의 현장으로…….

‘후리’는 이슬람 전통에서 천국에서 의인(남성)에게 주어진다고 믿어온 처녀들을 뜻한다. 아랍권의 문학, 설교, 신학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이 판타지는 “세상의 기쁨은 죽음 이후에나 허락된다”는 사고방식을 강화해 왔다. 작가는 이 관념, 이 뒤집힌 사고방식이 삶의 의미를 흐리고, 타인과의 관계, 타인을 향한 욕망, 즉 여성과 성에 대한 관념을 오도한다면서, 이를 전복하여 주인공 오브로 대변되는 현실의 여성들인 ‘진짜 후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이 같은 제목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난 진정한 흔적이야,
우리가 알제리에서 10년간 겪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흔적.”

소설의 배경은 1990년대 알제리를 휩쓸었던 내전, 이른바 ‘검은 10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2018년 알제리다. ‘새벽’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오브는 스물여섯 살의 여성으로, 다섯 살이었던 내전 당시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자신 또한 목이 그어지는 참혹한 비극을 겪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성대를 잃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목에 삽입한 튜브로 호흡하며 살아가야 한다. 학살의 생존자인 오브는 독신 여성 변호사에게 입양되어, 현재는 해안 도시 오랑에서 모스크 맞은편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한다.

소설은 이슬람의 최대 명절인 이드 축제(희생제)를 앞둔 어느 날, 임신 중인 오브가 뱃속의 딸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작된다. 알제리 정부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을 통해 내전 관련 범죄자들을 사면하고, 그 시절의 비극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법으로 금지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오브에게 자신이 겪은 일은, 이제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역사’가 되어버린 셈이다. 내전의 피해자라는 사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조건은 그녀에게 이중의 굴레로 작용한다. 목에 남은 깊은 흉터를 지닌 오브가 꾸밈을 금하는 쿠란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남성 중심의 알제리 사회에서 그녀를 더욱 경계와 적대의 대상으로 만든다. 모스크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미용실은 사보타주를 당하고, 경찰조차 그녀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스스로 묻는 오브는, 침묵을 강요하는 국가에 맞서 뱃속 아이에게 자신이 겪은 진실을 들려주겠다고 결심한다. 그녀는 그 답을 찾고, 과거를 마주하기 위해 고향이자 학살의 현장이었던 마을로 떠난다. 그 여정에서 오브는 내전의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로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수 아이사와 그의 가족, 고향 마을에서 만난 함라, 그리고 뱃속 아기의 아버지 미문과 그의 아버지-을 만나고, 소설 속 화자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각자의 사연을 풀어 놓으면서 국가의 비극은 개개인의 얼굴을 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비극으로 살아나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오브의 이 순례는 국가가 지운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말할 권리를 되찾는 여정이면서, 오브 개인에게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살아 있으면서 ‘죽은 사람’처럼 존재해 온 그녀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떨치고 마침내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순간은, 그녀가 겪고 목격한 무수한 죽음의 시간들을 떠올리면 더욱 벅차고 감동적이다. 결국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희생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넋을 기리는 행위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이 소설은 분명한 답을 준다. 그것은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살아 있는 자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알제리 ‘검은 10년’의 역사적 배경

알제리는 1962년 독립 이후 프랑스 식민 지배로부터 물려받은 중앙집권적 국가 구조와 단일 자원 중심 경제의 취약성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한 채,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 일당 체제와 군부 중심의 권력이 굳어지면서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 속에서 이슬람 세력이 부상하고, 1991년 총선에서 이슬람구원전선(FIS)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군부는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정치화된’ 이슬람 종교 세력과 ‘세속화된’ 군부 사이에 극단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알제리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진짜 ‘검은’ 시기는 FIS 이슬람 무장세력이 전국적인 무장 투쟁을 시작해 산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이에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이 시기 알제리 국민들은 양 세력 모두에게 강간, 고문, 살해를 당하는 공포를 겪었다.

이 내전은 약 2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낳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내전이 끝난 뒤 알제리 정부는 사회 통합과 안보 안정을 명분으로 ‘국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2005년)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내전 시기 국가 기관 및 무장 세력이 저지른 범죄를 대거 면책하고, 과거의 폭력을 공적 영역에서 언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는 배상을 약속했지만,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결과적으로 내전의 기억은 국가 차원에서 봉인되었다. 이러한 ‘제도화된 망각’ 속에서 내전은 공식적 언어에서 지워졌으며, 피해자들의 증언은 법적, 사회적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 되었다. 카멜 다우드의 『후리』가 알제리에서 금서로 지정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설은 내전의 폭력과 국가 정책적으로 강요한 침묵을 정면으로 다루며, 지워진 역사를 다시 말하려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는다. 알제리 정부에서 이 책을 금지한 것은, 이 책이 내전의 진실을 환기하고 망각을 강요하는 국가 정책을 비판적으로 비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로 쓰는 금기의 역사
“상처를 ‘측정하는’ 것은 저널리즘이지만,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문학이다.”

카멜 다우드는 기자 출신으로, 프랑스어로만 글을 쓴다. 그는 아랍어가 “종교 및 지배 이데올로기의 함정에 빠져, 물신화, 정치화, 이데올로기화”되었다고 비판하며, 프랑스어를 금기된 진실을 담아 내는 언어로 사용한다. 다우드는 처음부터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명확히 해 왔다. 그에게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안겨 준 2014년 작 『뫼르소, 살인사건』에서 “나는 종교가 끔찍하게 싫다! 어떤 종교건 간에! 종교는 세상의 무게를 속이기 때문이다”라는 화자의 발언을 통해 종교와 권력의 결탁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첫 장편 소설로 그는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쥐었으나, 이슬람에서 ‘파트와’의 대상이 되었다. 파트와란 이맘이나 율법 학자가 내리는 법적, 종교적 자문이라는 의미이지만, 현대에 이르러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이에 대한 살해나 위협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왜 저널리즘이 아닌 소설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 바 있다. “문학은 내밀한 것을 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문학은 독자를 그 즉각성-지나가지 않은 현재, 전쟁의 폭력적 시간-속으로 직접 끌고 들어간다. 역사 기록이나 기자의 기사보다 3D 경험에 가깝다. 또 소설은 시, 산문, 서사시, 희극, 비극을 모두 품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한 그릇이다. 복잡한 현실을 포착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도구이다. 저널리즘은 필수적이지만, 전쟁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상처를 ‘측정하는’ 것은 저널리즘이지만,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은 문학이다.”

『후리』는 1부 ‘목소리’, 2부 ‘미궁’, 3부 ‘칼’,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자를 오브, 아이사, 셰이크 등으로 바꾸며 피해자, 목격자, 가해자의 목소리를 총합한다. 1부 ‘목소리’는 목소리를 잃은 주인공 오브의 내면 독백이 주를 이루며, 대화 상대는 뱃속의 태아이다. 2부 ‘미궁’은 로드 무비 형식으로 전개되며, 과거 학살 현장으로 오브를 데려가는 운전사 아이사가 주요 목소리를 낸다. 아이사는 아버지의 무력한 언어인 문어와 무학인 어머니의 언어인 구어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로, 짝짝이 다리와 눈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3부 ‘칼[刀]’에서 오브는 과거 자신과 가족이 학살된 하드 셰칼라로 돌아가 기자, 보고자, 증언자의 다중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분에서는 언니 타이무샤와의 해후와, 가해자와의 대면이 이루어진다. 『후리』는 독립전쟁, 내전, 그리고 형제 살해라는 알제리 역사의 복잡한 층위를 다루며, 문학을 통해 망각이 강요된 역사를 재구성하고 복원하려는 작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면서, 비슷한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목차]
1부 목소리 11
2부 미궁 197
3부 칼 379

옮긴이의 말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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